백화점이나 마트, 홈쇼핑 등 기존의 유통 채널에 소상공인들이 진입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제품 자체가 경쟁력이 있어야 하는 데다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품질관리도 철저히 하는 등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통사 상품기획자(MD)들은 입점 업체 선정을 위해 해당 기업 담당자와의 미팅은 물론, 꼼꼼한 생산현장 점검과 기업의 평판까지 세심하게 살핀다.
유통사들이 입점 업체를 깐깐하게 선정하는 이유는 상품이 막상 판매되면 모든 책임을 자신들이 져야 하기 때문이다. 현행법은 소비자 피해에 대해 나중에 구상권을 청구할지언정 당장은 유통사가 배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 때문에 이들 업체의 제품 가격은 다소 높지만 소비자들은 해당 제품의 품질이나 서비스 등을 믿고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소비자와의 만남에 제한됐던 소상공인들에게도 기회가 왔다. 오픈마켓 형태의 온라인쇼핑몰이 늘어나면서다. 오픈마켓은 사업자들에게 온라인에서 물건을 팔 수 있도록 플랫폼을 제공해주는 사업 형태다. 서버 이용료와 일부 광고비만 지불하면 누구나 상점을 열 수 있어 다양한 상품을 싼 가격에 팔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소비자들 역시 다양한 물건을 저렴하게 살 수 있어 환호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입법예고한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업계의 반발을 사기에 충분하다. 온라인몰사업자에게 소비자 피해에 대한 연대책임을 물어 기존 유통 채널과 비슷한 수준의 의무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소비자 피해가 많아지니 물건을 판 사업자가 피해보상을 못하면 온라인몰사업자라도 이를 배상하라는 취지다.
온라인몰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오픈마켓의 특성에 기인한 다양한 물건 구색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하지만 공정위 방침대로 기존 유통사 수준의 의무를 부여하게 되면 이들도 소비자 배상을 피하고자 입점 업체에 까다로운 품질 기준 등의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기존 유통사들처럼 제품 가격은 올라가고 제품 종류 역시 제한될 게 뻔하다.
특히 개인 간 거래(C2C)도 전자상거래로 규정해 개인판매자의 신원정보 제공을 의무화한 것은 어느 나라에서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소비자 피해 구제’라는 대의에 가려져 ‘자유로운 거래’에 따른 온라인 상거래의 효용을 제한하는 꼴이다. 여기에 공정위의 판단에 따라 영업정지 등 행정행위를 할 수 있는 ‘임시중지명령 제도’를 완화한 조치는 정책의 목적이 ‘소비자 보호’가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사업의 주도권 잡기’인 것 같은 의심이 들 정도다.
지난해 우리나라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60조원을 넘어섰다. 덕분에 쿠팡과 같은 기업은 미국 증시 상장을 눈앞에 두고 있고, 이베이코리아나 11번가나 티몬과 같은 기업들은 기업 가치를 재평가받고 있다. 소비자 보호라는 명분으로 온라인몰을 기존의 유통 채널과 같은 방식으로 규제해서는 정책 목표달성은 둘째치고 모처럼 도는 업계의 활기마저 없앨 가능성이 크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듯 신규 사업은 새로운 방식의 ‘룰(Rule)’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