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할 일은 여기까지”

총장 사퇴로 檢 집단반발 도화선 될 듯

지난해 12월 직무 배제 조치됐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검으로 복귀하고 있다. [연합]
지난해 12월 직무 배제 조치됐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검으로 복귀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좌영길·안대용·박상현 기자] 여당의 수사권 박탈 입법 추진에 반대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전격 사퇴 의사를 밝히며 초강수를 뒀다. 일선 검사들의 집단 반발도 현실화될 전망이다.

윤 총장은 이날 “저는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면서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라고 밝혔다.

윤 총장이 사퇴하면 조남관 대검 차장이 총장 권한을 대행한다. 여당의 수사권 박탈 움직임에도 집단행동을 유보해왔던 일선 검사들도 집단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부 검사장 이상급 간부들은 윤 총장이 ‘직을 걸겠다’고 밝힌 이후 산발적으로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해왔다. 지금까지는 총장이 전면에 나선 이상, 움직임을 자제하자는 기류였지만 이날 윤 총장 사의 표명으로 총장과 동기인 사법연수원 23기 고검장급 인사들부터 반발 성명과 함께 줄사표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평검사 회의가 이어지는 등 총장 징계 파문 때 이상의 반발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윤 총장이 사표를 내면서 여권이 4월 재보선을 앞둔 상황에서 입법을 무리하게 추진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대검의 대응 역량 약화로 선거만 지나면 오히려 여권의 입법 추진이 수월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윤 총장이 물러나면 5월 중순~6월로 예상됐던 차기 총장 인선도 앞당겨질 전망이다. 검찰총장이 바뀌면 검찰 인사와 여권의 입법 추진 시기가 맞물릴 가능성이 크다. 연초 검찰 인사가 소폭에 그쳤던 만큼 총장이 바뀌면 대검 주요 보직을 포함해 일선 검찰청 수사팀 구성도 크게 바뀔 것이 확실시된다.

대검은 중수청 설치 법안에 대한 일선 검사들과 검찰공무원들의 의견을 수렴했지만 아직 공식 입장을 정리하지는 않았다. 일단 여권의 추가 입법 발의 등 상황을 지켜보고 일선 청 의사를 충분히 반영해 대응논리를 마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이미 국회에 “수사와 기소 권능은 궁극적으로 분리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다만 “국가의 범죄 대응 역량이 위축되지 않고 시행착오를 피하면서 안정감 있게 개혁이 추진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는 중수청 설치 법안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변협은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 권력 비리 등 중대범죄 수사능력을 약화시켜 결과적으로 권력에 대한 견제 기능을 잠식할 뿐만 아니라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의해 수사기관을 잇달아 설치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적 권익 보호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검찰 총장 사의표명 전문

저는 오늘 총장을 사직하려 합니다.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습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저는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습니다.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러나 제가 지금까지 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습니다.

그동안 저를 응원하고 지지해주신 분들, 그리고 제게 날 선 비판을 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