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매년 40%성장…2025년 14조 규모
차세대 의약품 시장 ‘블루칩’ 으로 주목
국내 최초 ‘인보사’ 나왔지만 허가 취소
까다로운 규제·개발비·고가 약값 ‘장벽’
현재 전 세계 의약품 시장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세포치료제’와 ‘유전자치료제’다. 현재로서는 치료법이 없는 희귀·유전 질환이나 기본 치료법의 한계로 수요가 높은 퇴행성·난치성 질환에 대한 치료를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되면서다. 이에 관련 치료제 시장은 연평균 40% 이상의 놀라운 성장 속도를 보이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여러 장벽에 막혀 개발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치료제 시장 2025년 14조원 전망…제약시장의 블루칩 기대=우선 두 치료제의 개념을 보면 세포치료제는 ‘살아있는 자가, 동종, 이종 세포를 체외에서 배양·증식하거나 선별하는 등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 방법으로 조작하여 제조하는 의약품’을 말한다. 즉 손상되었거나 질병이 있는 세포나 조직을 회복시키기 위해 살아있는 세포를 사용해 재생을 유도하는 것이다. 줄기세포 치료제가 대표적이다.
반면 유전자치료제는 결핍 및 결함 유전자를 교정해 질병을 치료하는 개념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유전물질 발현에 영향을 주기 위하여 투여하는 유전물질’ 또는 ‘유전물질이 변형되거나 도입된 세포’ 중 어느 하나를 포함한 의약품으로 정의한다.
이처럼 세포 또는 유전자라는 가장 근본적인 물질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질병의 근본적인 치료를 통한 완치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되면서 기존 바이오의약품 시장을 주도했던 2세대 항체치료제를 넘어설 제약시장의 블루칩으로까지 부상하고 있다.
이에 관련 시장은 크게 성장 중이다. 글로벌 세포 및 유전자치료제 시장은 2018년 기준 10.7억 달러(약 1조2000억원) 규모에서 연평균 41.2%로 성장하며 2025년에는 119.6억 달러(약 13조90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역별로는 북아메리카 시장이 2018년 기준 6.2억 달러(약 7297억원) 규모로 약 58%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뒤이어 유럽이 23%, 아시아·태평양이 19% 순으로 나타났다.
▶미충족 영역인 항암제로 개발 활발…높은 약값에도 수요 이어져=세포 및 유전자치료제의 역사는 길지 않지만 기대감은 높다. 2012년 유럽연합(EU)이 선진국 최초로 유전자치료제 유니큐어의 ‘글리베라’를 허가한 이후 2015년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암젠의 항암 유전자치료제 ‘임리직’을 허가했다. 이후 유전자치료제는 상당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차세대 첨단기술로서 인정받으면서 선진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활발하게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세포 및 유전자치료제가 가장 각광받고 있는 분야는 암 치료 영역이다. 과거에 비해 인류는 암에 대해 많은 지식을 쌓아 왔고 그동안 수 많은 항암제를 개발해 왔지만 아직까지 암은 우리가 정복하지 못한 영역으로 남아 있다. 특히 유전성 요인이 큰 암종의 경우 어떠한 노력에도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환자의 세포 또는 유전자를 변형시키면 암의 발병 자체를 차단시킬 수 있다.
실제 전 세계에서 허가된 세포 및 유전자치료제 중 다수가 두경부암, 흑색종 등 암 치료에 대한 적응증을 갖고 있다. 대표적으로 임리직 이후 2017년 허가 받은 노바티스의 ‘킴리아’, 길리어드의 ‘예스카타’ 등이 있다. 이 제품들은 출시 이후 높은 약값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상당한 수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치료법으로는 효과를 보지 못한 암 환자들의 수요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포 및 유전자치료제는 암 영역뿐만 아니라 희귀질환, 만성질환 등에도 효과를 보이는 약물 개발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며 “향후 10년내 항체의약품 시장의 절반 정도는 세포 및 유전자치료제로 대체 될 것으로 전망하는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인보사 이슈·빡빡한 규제 탓에 국내 개발 지지부진=이렇게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서는 세포 및 유전자치료제가 큰 주목을 받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개발이 미적대고 있다. 세포치료제의 경우 국내 줄기세포 치료제 기술은 글로벌 기준으로는 높은 편에 속하지만 유전자치료제는 아직 내세울만한 것이 없다. 특히 국내 첫 유전자치료제로 관심을 받았던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는 허가 당시 제출된 자료와 다른 원료 세포가 사용된 것이 밝혀지면서 허가가 취소된 상태다. 이런 이슈 등으로 인해 국내 개발 유전자치료제 속도는 더딘 편이다.
더구나 세포 및 유전자치료제는 안전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 규제가 까다로운 편이다. 인간의 세포 및 유전자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윤리적인 문제가 대두됐기 때문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세포 및 유전자치료제에 대한 확실한 안전성 데이터가 없다는 점 때문에 그동안 개발이 더뎌왔다”며 “하지만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적으로 이들 치료제에 대한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한국도 지난해 첨단재생바이오법 통과로 인해 규제가 좀 풀리면서 앞으로는 개발이 활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세포 및 유전자치료제 시장은 2018년 6510만 달러(약 765억원)에서 연평균 41% 성장하며 2025년에는 7.2억 달러(약 8466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녹십자, 동아제약, 제넥신, 신라젠, 대웅제약, 이연제약, 바이로메드(현 헬릭스미스), 진원생명과학 등이 유전자치료제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세포 및 유전자치료제 개발에는 풀어야 할 과제들이 있다. 고도의 기술력은 물론이고 연구개발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지원도 필요하다. 특히 높은 약제비는 큰 허들이다. 세포 및 유전자치료제는 환자 개개인별 맞춤 약물이기 때문에 약값이 매우 비싸다. 대부분의 유전자치료의 치료 비용은 억대에 이른다.
업계 관계자는 “완치가 된다고는 하지만 환자로서는 한 번 치료에 억원이라는 비용이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일 것”이라며 “더구나 국내에서는 의약품에 대해 아직 공공재라는 개념이 있기 때문에 개발이 되더라도 가격 책정 등의 과정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