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력 증강·작전지역 확대에도 더 심해지는 분쟁
남자니 국내 여론 악화…떠나자니 이슬람 극단주의 득세 명약관화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프랑스가 과거 식민지 지역이자 테러리스트들의 온상으로 꼽히는 아프리카 사헬 지역에서 끝날 기미가 없는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
프랑스군 주둔으로 인해 막대한 유지 비용이 들어가는 데다 주둔군의 인명 피해가 발생해 여론이 나빠지며 병력 축소론에 힘이 실리고 있지만, 테러 세력들의 힘이 강해질 수 있다는 이유로 현지 국가들이 철수에 강력 반대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병력 증강·작전지역 확대에도 더 심해지는 분쟁
프랑스는 현재 아프리카 최빈국들인 부르키나파소, 말리, 니제르 등에 5100명의 병력을 파견, 주둔시키고 있다. 지난해엔 테러 세력과의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600명의 병력을 추가 투입하기도 했다.
프랑스는 2013년 초 과거 식민지였던 말리에 군을 파견해 북부 지역을 장악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을 퇴치한 이후 니제르, 부르키나파소, 차드, 모리타니 등 주변국으로 작전지역을 확대해왔다.
프랑스가 중심이 된 연합군은 현지에서 이슬람국가(IS)와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 관련 지도자들을 살해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 사헬 지역에 뿌리내린 테러 집단들은 소탕되지 않고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해당 지역에선 분쟁으로 약 6200명이 목숨을 잃었다. 전년 대비 30%나 증가한 수치다.
여기에 전쟁으로 200만명이 넘는 주민들이 집을 잃었고, 3100만명이 식량 부족 사태에 처해있다.
프랑스가 테러 세력에 대한 근본적인 소탕을 거듭 실패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군사적 해결책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비정부기구(NGO)인 국제위기감시기구의 이브라힘 야하야 이브라힘은 “지하디스트들을 죽임으로써 ‘잔디를 깎을’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지만 근본적으로 이슬람 성전주의의 확장을 막진 못했다”며 “전쟁으로 황폐화된 마을에서 무장세력이 새로운 전사들을 손쉽게 모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남자니 국내 여론 악화…떠나자니 이슬람 극단주의 득세 명약관화
프랑스 역시 사헬이란 ‘수렁’에서 벗어나기 위한 움직임을 시작했다.
지난달 19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해군부대에서 발표한 연례 신년 연설에서 사헬 지역에 주둔하는 군부대를 부분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시사하기도 했다.
프랑스 내 여론이 부정적으로 흐르고 있는 점도 이 같은 움직임에 큰 영향을 끼쳤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마크롱 대통령 입장에선 국내 여론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프랑스여론연구소(Ifop)가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8년 만에 처음으로 프랑스인 과반이 사헬지역 군사작전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문제는 사헬 지역 국가들이 프랑스 군의 철수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헬 지역 국가들은 프랑스군 없이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들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힘이 없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열린 사헬 지역 주요 5개국(G5)과의 화상 정상회담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기존 입장에서 선회해 “프랑스군 철수 가능성을 검토한 것은 실수였다”며 “때가 되면 사헬 지역에 배치한 우리 군에 중요한 변화가 있겠지만, 지금 당장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싱크탱크 사헬 안보전략연구센터의 알리 토우카는 “사헬 지역 국가들이 프랑스군의 역할을 대체할 준비가 되기까지 앞으로 10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밖에도 정부군에 의한 학살 등 인권유린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프랑스군의 발을 붙잡는 요인이다.
사헬 지역 전문가인 호세 루엔코-카브레라는 “지하디스트들보다 정부군에 의해 더 많은 민간인들이 희생됐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상황에 분노한 젊은이들이 지하디스트 세력으로 더 많이 들어가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