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흑인대학인 NCCU에 5년 동안 500만 달러 기부 결정
새 CEO 공식 취임 이후 파운드리 관련 별도 언급은 없어
외주생산 결정 시 글로벌 시장 지각변동 예상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글로벌 ‘반도체 공룡’ 인텔의 새 수장에 오른 팻 겔싱어(사진) 최고경영자(CEO)가 첫 공식 결정으로 인종차별 해소를 선택했다.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17일(현지시간) 공식발표를 통해 “보다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노스캐롤라이나센트럴대학교(NCCU)에 향후 5년 동안 500만 달러(약 55억원)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 기부금은 학교의 기술 정책·법센터(tech law and policy center) 설립에 사용될 예정이다.
노스캐롤라이나센트럴대는 미국의 HBCU(Historically Black Colleges and Universities)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역사적으로 오래된 흑인 대학’이라는 뜻의 HBCU라는 용어는 지난 1965년 흑인 고등 교육기관에 대한 연방정부기금 지원이 시작되면서 처음 등장했다.
1964년 이전 설립된 흑인 대학 101곳이 HBCU로 인증됐으며, 이후 아이비리그처럼 미국 사회에 영향력을 끼치는 ‘명문대학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역사상 첫 유색인종·여성 부통령에 오른 카멜라 해리스 역시 HBCU 출신이다.
미국 변호사협회에 따르면 현재 미국 변호사의 약 5%가 흑인으로 조사됐다. 또한 흑인 판사의 80%, 흑인 변호사의 50%는 HBCU 출신이다.
인텔 법률고문인 스티브 로저스는 “NCCU에 대한 우리의 투자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모든 사람들에게) 기술, 법률 및 정책 경력에 보다 공평한 접근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인텔의 결정은 갑작스럽게 내려진 것은 아니다. 인텔은 지난해 12월 ‘2020 다양성 및 포용 보고서’를 통해 “우리 회사에서 연봉 20만8000달러(2억2800만원) 이상 받는 최고 등급에 흑인은 1명밖에 없다”고 솔직하게 공개한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연봉 최고 등급인 ‘Executive/Senior Officials and Managers’에서 연봉 20만8000달러 이상은 총 56명이다. 이 중 백인 남성이 31명으로 가장 많았고, 백인 여성이 11명으로 전체의 75%가 백인이었다. 이어 아시아 남성이 10명, 아시아 여성이 2명, 히스패닉 여성과 흑인 남성은 각각 1명뿐이었다. 흑인 여성은 없었다.
당시 인텔 측은 “EEOC(고용 평등 기회 위원회)는 코로나 19 환경 때문에 고용주에게 급여 데이터 제출을 요구하지 않지만, 인텔은 데이터의 지속적 수집뿐 아니라 공개도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려면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해 책임을 느끼고 업계 전반의 조치를 독려해야 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글로벌 IT기업 애플을 이끄는 팀쿡 CEO도 지난 1월 중대발표를 통해 “인종차별 해소에 1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개선) 경영과 함께 인종차별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라고 설명한다.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는 인텔의 신임 CEO가 언제쯤 반도체 외주생산에 대한 공식 언급을 할 지 주목하는 대목이다. 인텔의 밥 스완 전 CEO는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겔싱어 신임 CEO가 정식으로 취임한 뒤 최신 CPU(중앙처리장치) 등의 제조를 아웃소싱할지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작년말 미국의 유명 행동주의 헤지펀드 ‘서드포인트’는 인텔 주식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 어치를 확보한 이후 인텔 측에 ‘전략적 대안’을 모색하라는 공개서한을 보낸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인텔이 가장 값비싼 칩들을 경쟁사인 TSMC 등 아시아 경쟁사들에 아웃소싱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텔의 신임 CEO가 중대 결정을 내릴 경우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 대형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