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교원·학생·학부모 등 1만명 설문
64% “원격수업으로 학생들이 사교육에 의존”
95% “코로나19로 인해 기초학습능력 떨어져”
학부모들 “오히려 사교육 필요성 더 커져”
“아이 위치 관심↑…위치추적용 시계 사줘”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가 오히려 이전보다 높아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초등학교 저학년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학원에 보낼 필요성이 더 커졌다”며 “위치 추적용 시계나 휴대전화를 아이에게 사 준 뒤 학원 수업에 보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12일 교육계에 따르면 최근 교사노동조합연맹,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교원과 학부모로 구성된 11개 교육단체는 ‘등교수업 확대 관련 긴급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해당 조사는 수도권 지역(서울·인천·경기)의 교원, 학부모, 학생 등 총 1만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8일부터 31일까지 나흘간 실시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원격수업 상황에서 학생들이 사교육에 의존하는 경향이 심화했다’는 항목에 전체 응답자의 64.4%가 동의를 나타냈다. 특히 학부모 응답자의 72.6%가 동의를 나타내 학부모 사이에서 사교육 의존도 체감이 더 높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교원과 학생은 각각 43.2%, 53.5%가 동의했다.
코로나19가 학생들의 기초 학습 능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내용에는 설문 참여자 거의가 동의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기초 학습 부진이 심화했다’는 항목에는 응답자 중 65.5%가 ‘그렇다’고 했다. ‘매우 그렇다’라고 답변한 비율도 29.8%나 됐다.
‘2020년 코로나19 상황에서 학력격차가 심화했다’라는 항목에 전체 응답자의 70.4%가 동의했다. 학부모 응답자 같은 경우 76.5%가 동의해, 교원(69.7%)이나 학생(53.8%)보다 더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해당 설문을 접한 학부모들은 설문 내용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초등학교 4학년 자녀를 둔 세종시 거주 학부모 김모(40) 씨는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에서 원격수업을 받았는데, 주변 엄마들 이야기를 들으면 아이들의 편차가 너무 크다”며 “아이들을 학원에 보낼 필요성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오히려 커졌다”고 설명했다.
서울 은평구에서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키우는 이모(39) 씨도 “학교 수업의 경우 지난 1년간 쌍방향 수업이 이뤄진 횟수가 손에 꼽을 정도”라며 “지난해 같은 상황이 반복될까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코로나19 상황에서 학교에서 뭔가 배우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아이들 학원 고민을 더 하게 돼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소연했다.
초등학생 저학년 부모들은 ‘위치 추적용 시계(키즈 스마트 워치)나 휴대전화(키즈폰)’을 아이에게 사 준 뒤 학원에 보내고 있다고 했다.
서울 강북구에 거주하는 초등학생 학부모 윤모(40) 씨는 “초등학교 2학년과 3학년이 되는 아이들의 학습을 위해 위치 추적용 시계·휴대전화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아이들이 입학할 때 위치 추적용 시계를 사 준 상태다.
윤 씨는 “사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면서 아이들이 주로 집에 있을 수 있어, 이미 사 준 위치 추적용 시계와 휴대폰를 안 쓰게 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오히려 공교육에 대한 불안이 커져 위치추적용 시계나 휴대폰을 새로 다시 사 줄 생각도 요즘 하고 있다”고 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 맞벌이 부부 생활을 하는 조모(46) 씨는 “맞벌이 부부다 보니 아이 위치가 어디인지 아는 것이 가족 생활의 필수가 됐다”며 “초등학교 6학년이 되는 아이도 과외보다는 학원 수업을 선호하다 보니, ‘키즈폰’이 상술인 줄 알면서도 사 주게 된다”고 했다. 이어 “중1(공부)을 이제 슬슬 준비해야 하는데, 집에 부부가 모두 있지 못하다 보니 이렇게 위치 추적 스마트폰에 의존해 아이의 학습 상황을 관리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