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울산 계모 학대…‘미필적 고의’ 살인죄 인정

전문가들 “폭행 광범위성·치명상 부위 등 따져야”

물고문 학대 용인 이모 부부,  ‘속발성 쇼크사’ 살인죄 적용될까[촉!]
열 살 조카를 학대해 숨지게 한 이모(왼쪽)와 이모부가 10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경기도 용인동부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다. 수원지법은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A씨 부부의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지난 8일 경기도 용인에서 이모·이모부의 학대로 열 살 아동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속발성 쇼크사’에 의한 ‘살인죄’ 적용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폭행의 심각성이 부검 결과 구체적으로 추가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15일 경기 용인동부경찰서 관계자는 “지속적인 폭행으로 인해 발생한 속발성 쇼크사의 경우에도 살인죄 처벌이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관련 판례를 검토 중으로, 열 살 아동 살인에 대한 살인죄 적용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물고문 연상 학대 행위…1차 소견은 속발성 쇼크사

지난 8일 이모·이모부에 의해 사망한 A양이 발견됐을 당시 시신을 부검한 부검의는 “속발성 쇼크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는 1차 구두소견을 내놨다. 이모·이모부의 폭행으로 생긴 피하출혈이 쇼크를 불러왔을 것이란 설명이다.

숨진 A 양의 주검에서는 폭행으로 생긴 수많은 멍 자국과 몸이 묶였던 흔적 등이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또 이모·이모부가 “훈육 차원에서 욕조에 물을 받아 놓고 아이를 물속에 넣었다 빼는 행위를 몇 번 했다”고 하는 등 ‘물고문’을 연상케 하는 학대 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고문 학대 용인 이모 부부,  ‘속발성 쇼크사’ 살인죄 적용될까[촉!]
지난 8일 경기 용인시의 한 아파트에서 이모 댁에 맡겨졌던 10살 여자아이가 학대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학대 사망사건 발생 후 폴리스라인이 쳐진 용인시 내 이모의 아파트 입구. [연합]

살인죄 적용시 양형 10~16년으로 높아져

경찰은 속발성 쇼크사의 살인죄 적용 법리를 검토 중이다. A양을 살해한 이모·이모부에 대해 아동학대치사죄가 아닌 살인죄를 적용하면 처벌 수위가 더 높아진다. 아동학대치사죄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살인죄(사형·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징역)와 비교해 법정형량이 가볍진 않다. 그러나 양형 기준상 징역을 보면, 아동학대치사죄는 기본 4~7년, 살인죄는 10~16년으로 차이가 크다. 또 살인죄가 인정돼야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가해자들의 얼굴 공개 역시 가능하다.

다만 아동학대치사죄와 달리 살인죄가 적용되려면 고의성도 입증돼야 한다. 경찰은 이모·이모부가 ‘이러다 죽어도 상관없다’는 미필적 고의를 가진 상태에서, A양을 폭행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윤 일병 구타 사망 사건·울산 계모 사건 살인죄 인정

속발성 쇼크사가 살인죄로 연결된 판결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14년 육군 제28사단에서 이모 병장과 3명의 병사가 윤 일병에게 음식을 쩝쩝거리며 먹고 대답이 늦다는 이유로 폭행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적이 있다. 일명 ‘윤 일병 구타 사망 사건’ 이다. 당시 사인은 구타로 인한 좌멸증후군과 속발성 쇼크가 거론됐고, 주범 이모 병장은 2016년에 대법원에서 징역 40년이 확정됐다.

아동 학대 관련, 미필적 고의에 따른 살인죄 적용 판결도 있다. 대표적 사례가 ‘울산 계모 사건’이다. 계모 박모 씨는 지난 2013년 10월 “소풍 가고 싶다”는 7세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2심인 부산고법에서 살인죄가 인정돼 계모에 대해 징역 18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7세 아동에게 성인의 주먹과 발은 흉기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2차 부검 통해 고의 입증할 만한 사인 밝혀내야”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속발성 쇼크로도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가능성은 있으나, 2차 부검을 통해 고의를 입증할 만한 사인을 더 밝혀내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며 “폭행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상처를 남겼는지, 때린 곳이 치명상을 입힌 부위였는지, 얼마나 심하게 폭행했는지, 당시 무기를 사용했는지 등을 바탕으로 접근하면 미필적 고의에 따른 살인죄 적용이 수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르면 오는 16일께 검찰로 사건을 송치할 예정이다. 지난 8일 긴급체포를 통해 이모·이모부가 구속된 상태라 늦어도 17일까지는 검찰로 사건을 송치해야 한다.

물고문 학대 용인 이모 부부,  ‘속발성 쇼크사’ 살인죄 적용될까[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