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소명 부족” 이유로 영장발부 기각
보완수사에 시간 필요 재청구 쉽지않아
중간간부 인사·공수처 가동 변수될 듯
“동력상실 수사 흐지부지 될 가능성 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의 ‘윗선’을 향하던 검찰 수사의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향후 검찰 차장·부장검사 인사가 예정돼 있는데다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본격 가동을 준비하고 있어 검찰 수사 동력이 떨어진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대전지법 오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9일 직권남용, 업무방해 등 혐의로 청구된 백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구속영장 발부 여부에 대한 법원 결정은 기본적으로 유무죄 판단이 아니라 구속 수사의 타당성을 가리는 절차일 뿐이다. 하지만 적어도 본격 수사 착수 이후 현재까지 이뤄진 검찰 수사 내용에 대해 법원이 범죄 혐의의 중대성을 검토하고 어느 정도 소명이 됐는지를 검토한 후 결론 낸다는 점에서 백 전 장관에 대한 신병 확보 여부가 이번 수사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백 전 장관이 당시 청와대 산업정책 비서관이었던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 등 청와대 윗선의 관여 여부를 밝힐 ‘핵심 연결고리’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수사팀으로선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를 고심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영장 기각 사유를 보면 당장의 재청구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법원이 구속영장 발부의 첫 번째 요건인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을 두고 “충분히 이뤄졌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감사원 감사를 앞두고 월성 1호기 폐쇄 관련 문건을 삭제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12월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산업부 문모 국장 등 3명의 경우 문 국장 등 2명은 영장이 발부되고, 정모 과장의 영장만 기각됐다. 하지만 정 과장에 대한 영장이 기각된 이유도 “범죄사실을 대체로 인정하고 있고 이미 확보된 증거들에 비춰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당장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앞두고 있는데다가 공수처가 본격 가동을 앞두고 있어 수사를 마냥 장기화할 수 없다는 점도 큰 변수다.
수사 실무를 담당하는 이상현 형사5부장이 검사인사규정상 필수보직기간 1년을 채워 인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이 부장검사는 지난해 초 인사에서 대전지검으로 전보됐다. 이 부장검사가 만일 자리를 옮길 경우 수사 속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상황에 따라 공수처가 이 사건 이첩을 요구할 경우엔 검찰이 수사에서 손을 떼야 한다. 공수처법상 공수처가 사건 이첩을 요청하면 해당 수사기관은 응할 의무가 있다. 김진욱 공수처장이 공개적으로 언급한 공수처 본격 가동까진 두 달 정도가 남았다. 백 전 장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상황에서 청와대 윗선의 개입 여부까지 수사를 확대해 사안을 살피기엔 길지 않은 시간이다.
때문에 검찰 수사가 자칫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처럼 흐지부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백 전 장관 영장 기각으로 수사 동력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수사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수사 속도가 늦춰지게 됐고, 백 전 장관의 영장 재청구 여부를 상당히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검이 수사 중인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은 지난해 1월 송철호 시장 등 13명을 일괄 기소한 후 1년 넘게 뚜렷한 결론이 없는 상태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광철 민정비서관도 지난해 1월 조사했지만 기소 여부 결정도 하지 못했다.
안대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