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전 산업 분야에 걸쳐 언택트가 가속화되고 있고 의료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디지털 헬스케어에 소극적이던 대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IT기업을 비롯해 보험사, 제약사, 금융사 들이 자신들의 강점을 바탕으로 각기 다른 관점에서 헬스케어에 접근하고 있고 스타트업들은 독특한 아이템을 내세워 연속적인 투자를 받으면서 IPO를 성공시키고 있다. 이른바 ‘백가쟁명’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기존의 병원과 의사, 치료중심의 기존 의료 시스템을 뒤흔들 만한 ‘게임체인저’는 등장하지 않았다. 어떤 분야를 막론하고 진정한 혁신은 기존 산업구조를 바꿀 만한 파괴적인 게임체인저가 등장해야 시작되는 것을 우리는 숱하게 봐왔다.
20여년 전에 등장한 아마존과 구글, 10 여년 전에 등장한 아이폰과 카카오톡 같은 게임체인저가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도 나올 수 있을까? 나온다면 어떤 형태를 띠고 나오게 될까?
이 질문의 답을 아는 사람은 훗날 제프 베조스나 스티브 잡스의 반열에 서게 될 것이다. 이전의 다른 분야에 사례를 참고해 게임체인저의 조건을 몇 가지 생각해봤다.
먼저 게임체인저가 되려면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플랫폼의 형태를 가져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이다. 많은 사람이 사용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기능을 내세워야 한다. 예를 들면 카카오톡이 없던 시절에도 사람들은 문자메시지를 대부분 사용하고 있었다.
또 사용자들에게 쉽고도 놀라운 경험을 줘야 한다. ‘윈도 95’가 컴맹이던 필자를 컴퓨터의 세계로 인도한 것처럼 말이다. 많은 사람이 사용하기 위해서는 완전히 새로운 것이라기보다는 평소 사람들이 머릿속에서 그리거나 원하던 것이어야 한다. 전기차가 좋은 예다. 전기차의 예에서 본다면 완전한 기술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일단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고 기술의 진보에 따라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임체인저는 이러한 관점에서 완전히 새로운 것보다는 융합의 결과물일 가능성이 크다.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 많은 사람이 ‘전화 기능이 있는 아이팟’이라고 놀렸지만 아이폰이야말로 융합의 결정체다. 필자의 눈에 아이폰은 무엇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그런 물건이었다.
융합이라는 것은 머릿속에서는 무한대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실제로 현실세계에 구현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생각만 하지 말고 현실로 구현하는 실행력이 그래서 중요하다.
시간이 갈수록 참여율이 떨어지는 건강관리 앱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게임과 의료를 융합하는 시도 같은 것을 할 수 있다. 물론 게임과 의료의 융합이란 게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가상세계에서 게임을 열심히 하는 것이 건강관리와 직결될 수만 있다면? 제페토나 아미 같은 메타버스를 헬스케어에도 구현한다면?
또 비즈니스적으로 중요한 관점은 사용자에게 이익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익은 경제적인 것일 수도 있지만 의료에서는 불편 해소일 수도 있고 건강의 회복일 수도 있다.
현재의 의료 시스템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으며 많은 사람은 자신들의 불편을 해소해줄 메시아를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다. 당위성만으로는 게임체인저를 만들지 못한다.
치료 중심의 의료가 예방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당위이긴 하나 사람들의 습관이나 행동을 바꿀 수는 없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 많은 사람이 찾고 있기 때문에 여러분은 5~10년쯤 뒤면 정답을 알게 될 것이고 진정한 의료 혁신은 게임체인저가 등장한 그때부터 시작될 것이다.
신재원 에임메드 대표·의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