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법관에 대한 탄핵이다. 대상자는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다. 민주당 등 범여권 국회의원 161명은 임 부장판사가 지난 2015년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지국장의 박근혜 전 대통령 세월호 7시간 명예훼손 사건과 집회 관련 민변 변호사 체포치상 사건 등에서 재판 관여한 것을 이유로 탄핵소추 발의를 했다.
사법권 독립은 공정한 재판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권력 분립이 확립된 법치국가의 필수적 구성요소다. 그러나 사법권 독립이 직무상 불법을 저지른 법관에 대한 면책특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직무상 헌법·법률을 위배해 공정한 재판의 가치를 훼손한 법관에 대한 국회의 견제 수단으로 탄핵제도는 의미가 크다. 임 부장판사의 경우는 비록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대법원으로부터 가벼운 견책 처분을 받았지만(반면 사법농단 관련해 중징계인 정직 처분을 받은 판사가 3명이며, 현직 판사도 있다), 법원에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를 한 것”으로 인정된 만큼 탄핵소추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탄핵소추 의결 정족수는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 찬성이다. 과거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적은 2차례 있었지만 모두 의결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번 발의에 동참한 의원 수가 재적 의원 절반을 넘긴 161명에 달하므로 의결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헌정사상 최초로 ‘법관’ 탄핵을 추진하는 민주당에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하나 있다. 바로 재판 청탁을 한 것으로 의혹이 제기된 서영교 의원에 대한 처리다.
사법권 독립은 국민에게 공정한 재판을 담보하기 위한 수단이다. 따라서 공정한 재판을 훼손시키는 어떠한 행위도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며, 특히 그 당사자가 국가기관일 때는 더욱더 무겁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런데 서 의원은 2015년 5월 국회 파견 중이던 판사를 자신의 의원실로 불러 형사재판을 받고 있던 지인의 아들을 선처해달라고 부탁한 것이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임 부장판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지국장 사건 재판장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가토 지국장의 행위가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말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재판 관여행위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를 한 것이 판결 이유에서 밝혀졌다. 반면 서 의원의 경우는 지인의 아들이 피해자 앞에서 바지를 내리고 추행하려 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상황에서 “강제추행 미수는 인정되지 않는 것 아니냐. 벌금형으로 해달라”라고 언급한 것이 검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시진국 전 법원행정처 심의관은 ‘서영교 의원이 강제추행 미수 혐의로 재판을 받는 지인 아들의 선처를 바란다’는 취지의 ‘서영교 사건 민원 개요’라는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형사수석부장판사의 재판장에 대한 재판 관여행위가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면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국회 파견판사에게 재판받는 지인을 선처해달라고 청탁한 것 역시 위헌적 행위라고 본다. 어느 경우나 재판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더구나 서 의원으로부터 청탁을 받고 간접적으로 담당판사에게 청탁 내용을 전달한 판사는 직권남용으로 기소됐다. 그러나 민주당은 당시 서 의원에 대해 아무런 징계를 하지 않았다. 원내 수석부대표에서 물러났던 서 의원은 다시 공천을 받고 무난히 21대 국회에 입성했다.
법관은 탄핵 대상이지만, 국회의원은 탄핵소추할 권한만 있지, 탄핵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대통령이 탄핵됐고, 이번에는 법관에 대해 탄핵소추가 발의됐다. 그런데 왜 국회의원만 성역으로 남는가. 만일 민주당이 최소한 사과나 재발 방지 약속도 없이 이번 탄핵소추 의결을 강행한다면 민주당이 외치는 사법권 독립은 절반만 이루는 것에 불과하다.
김한규 전 서울변호사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