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수상작 탄생 비화…ASML 직원 아이디어로 출발

“과학과 예술 접목해 창의성 극대화”

대당 1500억원 넘는 EUV 장비 독점공급 회사의 저력

레고 아트 벽화 작품인 ‘고요한 자외선 폭포’가 만들어지는 모습. 눈에 보이지 않는 자외선을 폭포로 표현하려고 했다. ASML 직원의 아이디어에서 작품이 시작됐다. [ASML 뉴스룸]
레고 아트 벽화 작품인 ‘고요한 자외선 폭포’가 만들어지는 모습. 눈에 보이지 않는 자외선을 폭포로 표현하려고 했다. ASML 직원의 아이디어에서 작품이 시작됐다. [ASML 뉴스룸]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대당 1500억원이 훌쩍 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삼성과 TSMC 등 유명 반도체 회사에 독점공급하는 네덜란드의 ASML이라는 기업이 있습니다. ASML이 최근 유명 레고 아티스트가 만든 ‘대형 아트 벽화’를 자사의 연구개발(R&D) 시설에 설치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브릭만 7만개 들어간 ‘레고 수상작’…알고 보니 ASML 직원 아이디어

ASML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 코네티컷주 윌슨시에 위치한 R&D 및 제조시설에 설치된 ‘고요한 자외선 폭포’(Serene Ultraviolet Waterfall)라는 이름의 맞춤형 레고 아트 벽화를 공개했습니다.

제시카 이우드(Jessica Ragzy Ewud)라는 레고 아티스트가 만든 ‘고요한 자외선 폭포’ 작품은 가로 6미터, 세로 1.5미터의 크기를 자랑합니다. 총 7만개가 넘는 레고 블록이 투입됐고, 조립에만 2개월 이상이 소요됐습니다. 이 작품은 폭스TV의 인기 프로그램 ‘레고 마스터즈’(LEGO Masters)에 출연해 결선에 올랐습니다. 그 이후에 캘리포니아주 칼즈배드시에 위치한 레고랜드에 전시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유명 레고 작품이 유럽의 반도체 기업 ASML과 도대체 어떤 연관성이 있는 걸까요. 알고 보니 ASML의 미국 윌튼지사에서 25년 동안 근무한 광학엔지니어 피터 바움가트너(Peter Baumgartner) 씨의 아이디어로 이 작품이 탄생했습니다.

피터는 “직장 동료와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표시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했었는데, 그 친구가 폭포수 모양의 차트를 제안했다”면서 “이로 인해 실제 폭포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생각하게 됐고, 눈에 보이지 않는 자외선 파장을 폭포로 표현하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ASML의 현재와 미래를 표현할 수 있는 창의적인 방법을 찾고 싶었다”면서 레고에 이 아이디어를 적용해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레고아티스트 제시카 이우드 씨가 미국의 ASML 윌튼 지사에 설치된 ‘고요한 자외선 폭포’(Serene Ultraviolet Waterfall)’ 작품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작품은 총 7만개가 넘는 브릭이 투입됐고, 조립기간만 2개월이 소요됐다. [ASML 뉴스룸]
레고아티스트 제시카 이우드 씨가 미국의 ASML 윌튼 지사에 설치된 ‘고요한 자외선 폭포’(Serene Ultraviolet Waterfall)’ 작품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작품은 총 7만개가 넘는 브릭이 투입됐고, 조립기간만 2개월이 소요됐다. [ASML 뉴스룸]

아이디어를 제공받은 제시카 씨는 반투명, 흰색, 밝은 보라색 브릭 등을 사용해 모든 방향으로 빛이 반사되는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여기에 그리블(greeble)이라는 디자인 기업을 사용한 것도 눈에 띕니다. 그리블은 큰 물체 표면에 작은 요소들을 집약시켜서 어떤 물체가 가진 복잡성을 두드러지게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과학과 예술 접목해 창의성 높인다” ASML ‘슈퍼을’로 만든 저력

ASLM 측은 “(제시카는) ‘월드 와이드 웹’을 상징하는 거미줄을 비롯해 고급 컴퓨팅을 상징하는 독특한 조각을 많이 사용했고, ASML의 직원들의 평소 사고 방식을 작품에 반영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습니다.

제시카는 “예술은 과학의 이야기를 전달하며, 추상적인 개념을 효과적인 방식으로 번역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면서 “예술을 통해 과학자와 엔지니어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아이디어를 만들고 생성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피터도 “우리 둘 다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믿었고, 그 과정은 결과만큼이나 중요했다”면서 “개발 및 엔지니어링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제조 및 고객 지원 분야에서도 ASML은 여러 다른 조직들과 협력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창의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ASML의 새로운 시도는 얼핏 보면 대수롭지 않은 내용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학과 예술을 하나로 접목하려고 하고, 이를 통해 창의적인 생각으로 확장하는 과정은 매우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이런 작은 노력들이 세계 반도체 시장의 ‘슈퍼을’ ASML의 저력을 만들었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