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차시간 쫓겨 안전확인 못해

난폭운전에 마땅한 처벌도 없어

日·英 등 ‘교통선진국’ 참고해야

최근 시내버스 뒷문에 옷자락이 끼어 20대 여성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빨리 빨리’만 강조하는 버스 운행 체계가 사고 발생을 유발하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22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8시30분께 경기 파주시 법원읍의 한 도로에서 20대 여성 A씨가 퇴근 중 버스에서 하차하다 겉옷 자락이 뒷문에 끼였다. 하지만 버스가 그대로 출발하며 A씨는 버스에 깔려 크게 다쳤다. 신고를 받고 119 대원들이 출동했으나 A씨는 현장에서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이와 관련, 경기도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사고를 일으킨 버스 기사가 배차 시간에 쫓겨 안전 확인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수도권 버스는 고질적인 운전 기사 인력 부족과 경영난으로 버스 증차가 어려워 배차 조절이 힘들다”고 털어놨다.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이하 연합회)에 따르면 2019년 고속버스를 제외한 전국 노선버스 수는 4만3588대로 2018년 대비 191대 줄었다. 운전 기사를 포함한 운수업체 종업원 수는 10만1278명이었다. 연합회 관계자는 “평균적으로 버스 1대당 운전기사 2명이 배정되는 상황”이라며 “이로 인해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됐음에도 버스 운전 기사들은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특히 버스 준공영제가 도입된 서울·인천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그나마 준공영제가 도입된 시도는 지자체 관리와 지원 아래 안정적인 근무환경이 확보된다.

실제로 서울과 인천 버스 운전 기사의 경우 월 근무일이 22일을 넘기는 경우가 없는 반면 경기도 운전기사의 경우 26일 이상 일하는 운전 기사가 367명에 달했다. 아울러 서울은 1일 2교대인 반면, 경기도는 여전히 격일 전일제로 일하는 운전자가 대부분이었다. 1일 2교대로 일하는 운전 기사는 1080명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운전 기사의 피로도가 쌓이고 버스 차량 부족 등으로 인해 배차 조절마저 어려워 안전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난폭운전 등이 빈번하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난폭 운전 등으로 시민들이 불편함을 겪더라도 운전 기사에 대한 마땅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것도 이런 문제를 반복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서울시의 경우에는 준공영제임에도 불구하고 버스 관련 민원이 접수되면 이를 운수업체에 인계하는 것으로 끝낸다. 운수업체는 사실상 민원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할 때가 많다. 운전 기사를 수급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제재를 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서울 등과 마찬가지로 국내 모든 노선버스에 준공영제를 도입해 안정적인 버스 운행을 가능하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우선”이라며 “이후 사업자의 인식 개선 등 교육 활동을 통해 안전 운전 체계를 구축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채상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