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41인 한국 당면 과제 점검
산업· 교육·의료 각 분야 변화 불가피
한국경제 자산과 실물 격차, K자형 회복
온라인수업이 되레 교육 불평등 심화,
학생참여 모델식 새로운 상상력 필요
문 정부 4년, 부동산 핀셋 정책 실패
소득격차, 중위소득 복지기준 높여야
코로나 유행이 장기화하면서 2021년 역시 불안과 불확실성이란 안개 속을 조심스럽게 헤쳐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코로나는 지금까지 당연시돼온 것, 혹은 미뤄온 것들을 한 순간에 무너트리고 강제적 시스템 전환으로 내몰았다. 허둥대며 일단 전환을 시도했지만 적지 않은 문제점이 노출됐다. 이젠 그동안 드러난 취약부분을 보완하고 방향을 다잡아야 할 때다.
‘한국의 논점 2021’(북바이북)은 각 분야 전문가 42인이 코로나시대 우리 사회 위기 극복을 위해 살펴봐야 할 주요 논점들을 세심하게 짚었다. 책은 코로나가 불러온 시스템 압박이 각 분야를 어떻게 변화시킬지와 문재인 정부 4년의 평가 및 향후 방향 등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한국 경제의 앞날과 관련, 홍기빈 전환사회연구소 공동대표는 성장중심의 구조 변화의 압박이 올 한해 더욱 절박하게 다가올 것으로 내다본다. 경기회복은 K자형을 예상했다. 풍부한 유동성으로 자산가격이 계속 오르는 한편 실물 투자와 고용은 침체를 면치 못하고 추락하는 반대격차를 보인다는 얘기다. 특히 디지털과 에너지 전환을 중심으로 한 산업구조 변화, 도시화·핫플레이스의 지속가능성, ‘보이지 않는’ 노동자 문제 등이 첨예한 논의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본다.
김성우 서울대 강사의 온라인, 비대면 교육의 전면적 도입에 따른 문제와 미래 교육에 대한 성찰은 새겨들을 만하다. 어쩔 수 없이 내몰린 ‘온라인 수업’은 지금처럼 기존 교육을 온라인에 얹는 방식으론 교육 질 저하와 불평등만 심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물리적 학교가 없어진 대신 가정과 지역사회 돌봄의 공간 등 수없이 많은 오프라인 공간으로 역할이 분산된 것이다. 저자는 학생이 머물고 있는 오프라인의 맥락을 외면할 경우, 학습 공백과 혼란이 생길 수 밖에 없다며, 온라인교육에 대한 새로운 교육적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기존의 교육이 학생들이 무엇을 하는지 읽어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읽어내는 게 불가능해진 온라인 수업은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과정을 써 내려가도록 하는 작업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학생과 교사에게 권력이 주어져야 한다. 저자는 “우리 교육에서 필요한 것은 감시와 모니터링을 위한 ‘통합 플랫폼’이 아니라 다양한 맥락에서의 의사결정을 존중하고 지원하는 ‘분산 권한 시스템’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교육평등, 교육격차를 줄이기 위한 다변화 수업은 필수. 학습자의 준비도, 흥미, 학습 프로파일에 따라 학습의 내용, 과정, 결과물을 조정하는 것이다.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교수는 코로나를 통해 드러난 한국 보건의료체계의 문제점으로 공공의료의 부족을 꼽는다. 여러 지역의 공공의료시설과 인력을 적정 수준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행 초기 대구에서 경험한 것처럼 어느 정도 수의 공공병원과 병상, 장비, 인력이 모자라면 비상시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고 중환자도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이와함께 시장원리의 지배를 받는 민간도 감염병 시대엔 공공처럼 기능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또한 요양시설이나 보건소 등의 필수적인 서비스 중단과 공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찍기와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취약계층의 문제도 심각하다. 기선완 가톨릭 관동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코로나 상황에서 2030여성의 자살율이 크게 늘었음을 제시하며, 비정규직 젊은이에 대한 포괄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물리적 거리는 두되 비대면 사회적 접촉은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은 문재인 정부 4년의 국정과제도 살폈다. 이강국 리쓰메이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난은 심각하다며,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의 16.5%인 339만명에 달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노인빈곤문제가 심각한데, 상대적 빈곤율은 43.4%에 이른다. 이 교수는 복지사업에서 수급자를 선정하는 기준인 중위소득 자체가 낮아 사회복지를 통해 가난을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빈곤을 해결하려면 적극적인 재정 확충과 함께 재정지출 구조의 변화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문 정부의 치명적인 부동산 정책 실패의 원인으로 선제적이지 않은 핀셋 위주의 정책을 꼽는다. 이는 시장의 심리를 잠재울 수 없다며,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하고 환수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급측면에선 공공주도의 환매조건부 주택공급, 리모델링을 통한 주거환경 개선 등을 제시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한국의 논점2021/홍기빈 외 지음/북바이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