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리더십’ 승부수 띄웠지만

의원들 공개비판 등 당내 반발

“당원 뜻 존중” 발빼 리더십 상처

야당까지 “사면 두고 장난” 비판

판결 이후 ‘文의 뜻’이 관건될 듯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낙연 당대표가 개회를 선언하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상섭 기자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낙연 당대표가 개회를 선언하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상섭 기자

나아가니 여당이 들썩였고, 물러서니 야당이 들끓었다. 새해 벽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꺼내든 ‘전직 대통령 사면’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 대표가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사면 가능성을 언급하자 당내에선 반발 목소리가 잇따라 터져 나왔고, 이에 “당사자 반성”과 “당원 뜻”을 내세워 한 걸음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자 이번엔 야당의 비난이 거세졌다. 당의 수장이자 여권의 유력 대선 주자로서 이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형국이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의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공론화는 ‘대선주자 이낙연’의 승부수로 해석되는 분위기다. 이 대표는 최근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하락세가 뚜렷했다. 같은당 이재명 경기지사는 물론 범야권의 윤석열 검찰총장에게도 뒤처졌다. 신년에 발표된 10여개 여론조사에서도 이 대표는 단 한 곳에서도 1위를 기록하지 못했다. 이 대표가 최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한 데 이어 당내 반발 가능성을 감수하고도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꺼내 든 것은 결국 이같은 위기의식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이 역대 최악으로 치닫는 가운데 이 대표가 ‘통합의 리더십’으로 중도·야권 성향 지지자들로부터 반전을 이뤄낸다면 대선 주자로서의 존재감을 강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도 있다.

문제는 이같은 ‘승부수’가 단 며칠만에 ‘불발’에 그쳤다는 것이다. 지난 3일 사면론에 대한 당내 비판이 거세지자 민주당 지도부는 국회에서 긴급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논란을 더 키워서는 안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 대표도 오는 14일로 다가온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단(대법원 재상고심)을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으로 한 발 물러섰다. 결과적으로 사면론을 꺼내든지 불과 며칠만에 다시 거둬들이면서 이 대표는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 당장 야당에서도 “사면을 두고 장난을 치면 안 된다”(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번 승부수가 ‘불발’을 넘어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당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누구를, 그리고 무엇을 위한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박주민 의원), “촛불 민심을 거스르는 것”(김남국 의원), “국민통합이 아닌 ‘정치탄압을 인정’하는 결과를 낳을 것”(김성환 의원) 등 당내 공개 비판이 줄을 이었기 때문이다. 당원 게시판 등에서는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거나, 아예 이 대표를 윤리규범 위반으로 신고하자는 등의 비난 글이 이어졌다.

이제 공은 청와대로 넘어갔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간담회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재상고심 판결(14일) 이후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이 ‘사면론’에 대해 답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상황이다. 문 대통령이 지지세력의 반발을 정면돌파하며 사면에 대해 전향적 태도를 보여줘야 상처입은 이낙연 대표의 리더십도 회복할 수 있을 전망이다.

강문규·배두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