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사 현금 결제 요구…협상 ‘지지부진’
가동 중단땐 신규 투자자 매각 차질 우려
회생절차 돌입땐 ‘2009년 재현’ 위기감도
[헤럴드경제 정찬수 기자] 지난해 12월 일부 부품협력사의 납품 거부로 공장 가동을 중단했던 쌍용자동차가 새해 벽두부터 ‘셧다운’ 위기감에 휩싸였다.
한시적으로 쓸 재고 부품은 남았지만, 향후 부품 공급에 차질이 계속되면 공장 가동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법원의 회생절차 중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에 따라 신규 투자자를 찾지 못할 경우 지난 2009년 쌍용차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납품을 거부한 부품협력사와 진행하는 협상에서 뾰족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들 업체와 협의를 통해 새해 공장 가동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 쌍용차의 방침이지만, 이 계획마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쌍용차 협력업체로 구성된 쌍용자동차협동회는 지난해 12월 30일 ‘쌍용자동차 경영 정상화를 위한 협력사 호소문’을 내고 “쌍용차의 조속한 경영 정상화와 16만여 명의 임직원이 소속된 중소 협력사의 고용 안정과 생존을 위해 부품 공급과 지원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상 가동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지난해 12월 29일 일부 부품 공급이 재개됐으나 일부 업체들이 여전히 내년 부품 공급 여부에 확신을 밝히지 않아서다.
부품협력사의 공통된 요구는 현금 결제다. 통상 3개월 만기 어음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부품을 공급했던 관행이 향후 문제로 불거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부품협력사 입장에선 어음을 받고 당장 부품 공급을 재개하더라도 2월 말 쌍용차가 회생 절차에 들어가면 대금 채권을 회수할 수 없다.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 ARS 프로그램을 활용한 쌍용차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회생절차에 돌입하더라도 계속기업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높다는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부품협력사들의 도미노 도산 우려가 잇따르는 이유다.
업계가 추산한 쌍용차 납품 업체는 총 200곳 이상으로 납품 금액만 2조원에 달한다. 국내 완성차 업체의 약 13%에 해당하는 규모다. 2·3차 협력사들이 쌍용차 외에 다른 완성차 업체와 연계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파장은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쌍용차는 여전히 미국 자동차 유통업체인 HAAH오토모티브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병태 사장이 지난 22일 노조 대의원과 간담회 자리에서 “새로운 투자자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신규 투자자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큰 반전은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쌍용차의 지난 3분기 말 기준 총자산은 1조6292억원으로 총부채(1조5949억원)와 비슷하다. 15분기 연속 적자에 제품 판매까지 차질이 계속된다면 이 비율은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단기간에 신규 투자를 확보하지 못하는 부품협력사들의 줄도산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현재로선 조속하게 부품 공급을 확정해 판매에 나서는 방법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