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 EU 회원국 일제히 접종 개시
고령층·의료진 우선 접종…“정상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
유럽 전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 하면서 코로나19와의 전쟁 종료의 희망이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자신을 보호할 방법이라곤 마스크 밖에 없었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의 손에 백신이라는 또 하나의 방패가 쥐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유럽에서 가장 심한 독일에서는 27일(현지시간) 전국 각지의 백신접종 기동팀이 양로원·요양원을 방문해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DPA통신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수도 베를린에서는 이날 오전 7시 45분 슈테글리츠의 한 요양원에 백신접종 기동팀이 도착해 101세인 게르트루트 하제씨에게 첫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을 접종했다.
양로원·요양원 직원들에 대해서도 동시에 코로나19 백신접종이 시작된다. 직원들은 이날 오후 2시부터 베를린 시내 6곳의 백신접종센터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는다.
80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백신접종은 내년부터 시작된다.
이웃 나라 프랑스에서는 수도권 일드프랑스 센생드니주의 병원 산하 장기 요양시설에 사는 모리세트(78) 씨가 첫 번째 백신 접종의 주인공이 됐다고 일간 르파리지앵, 프랑스앵포 방송 등이 전했다.
모리세트 씨는 이날 오전 11시 접종을 하기 전 스스로 다짐하듯 취재진을 향해 “겁먹지 마세요. 나는 준비가 됐으니까요”라고 말했고, 접종을 마치고 나서는 환하게 웃으며 “나쁘지 않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다른 EU 회원국과 함께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백신 접종을 처음 시작한 프랑스는 이날 센생드니주의 세브랑과 코트도르주의 디종에 거주하는 노인 20여명에게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할 계획이다.
최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가 회복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에게는 백신이라는 바이러스와 싸울 새로운 무기가 생겼다”며 “다시 한번 굳건히 버텨내야 한다”고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도 아주 짧은 기간에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게임 체인저’라고 부르며 “우리는 오늘이 코로나19 대유행의 끝이 아니라 승리의 시작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에서는 과달라하라 로스올모스의 한 요양원에 거주하는 아라셀리 로사리오 이달고(96) 씨가 첫 번째 백신 접종 수혜자가 됐다고 일간 엘파이스가 전했다. 보행기에 의지한 채 걸어야 하는 아라셀리 씨가 이날 오전 9시 요양원 안에 마련된 공간에서 백신을 맞고 나서 내뱉은 첫마디는 “하느님 감사합니다”였다.
이탈리아 로마에서는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헌신해온 의료진이 첫 백신을 접종받았다. 백신접종은 스팔란차니 감염병 종합병원 소속 의료진 5명부터 시작됐다. 스팔란차니 병원은 이탈리아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60대 중국인 부부를 완치한 병원이기도 하다.
이날 백신 접종을 받은 스팔란차니 감염병 종합병원 소속 바이러스 전문의 마리아 로자리아 카포비앙키는 “걱정할 필요 없다”면서 “희망과 신뢰를 갖고 접종에 동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체코 프라하에서는 안드레이 바비스 총리가 TV에서 생중계가 이뤄지는 가운데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을 접종받았다. 바비스 총리는 “아무것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면서 “백신은 우리가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라고 말했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도 아테네의 한 병원에서 백신 접종을 하고 난 뒤 “전혀 아프지 않았다”며 백신 접종을 독려했다.
한편 헝가리는 하루 전인 26일 부다페스트 내 코로나19 치료센터로 지정된 대형 병원 2곳에서 의료진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슬로바키아도 하루 당겨 백신접종을 개시했다.
EU 27개 회원국은 인구의 70%까지 접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래야 집단면역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은 최전선 의료 종사자와 고령자 요양원 거주자 등을 최우선 대상으로 해서 단계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이후 일반 시민은 이르면 내년 1분기 말∼여름부터 접종을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박세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