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654개 기업 인식도 조사

91%가 ‘반대’…95%는 ‘처벌수준 과도’

중기 타격…생산활동 위축 가능성 제기

“업종 특성·규모 고려 안전제도 개편을”

국내 기업 10곳 중 9곳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업종 특성과 기업 규모를 고려한 안전제도를 재편하고 불합리한 중복규제를 먼저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6일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가 국내 기업 654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기업 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90.9%가 제정안을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찬성은 9.1%에 불과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과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중대재해기업처별법을 각각 대표발의했다. 해당 법안들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설문에 참여한 기업들의 95.2%는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법인 등에 대한 처벌 수준이 ‘과도하다’고 했다. 실제 강은미 의원안에는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를 대상으로 3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5000만원 이상 10억원 이하의 벌금 조항이 담겼다. 박주민 의원안에도 2년 이하 유기징역 또는 5억원 이하 벌금을 규정했다.

기업들은 사업주 등에 대한 처벌 강화만으로는 중대재해 예방에 효과가 없거나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 구체적으로 ‘영향 미미’에 대한 응답이 42.4%로 가장 높았고, ‘매우 부정적 효과(28.7%)’와 ‘다소 부정적 효과(13.2%)가 뒤를 이었다.

처벌 강화에 따른 피해가 중소기업에 집중되리라 전망한 비율은 89.4%에 달했다. 지난 2018년 기준 중소벤처기업부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평균 매출액은 4억112만원이었다. 설문 결과는 과도한 처벌을 받았을 경우 사업 자체를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발의된 제정안은 법인 처벌 시 1억원 이상 20억원 이하 벌금, 매출액 10% 이하 벌금 가중, 또 영업허가 취소·정지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중소기업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최소 1억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는 의미다. 산재보상과 별개로 피해자 손해액의 3배 이상에서 10배 이하(강은미 의원안) 또는 5배 이상(박주민 의원안)을 배상해야 한다는 조항도 있다. 이에 대한 증명 책임도 사업주에게 부과된다. 법정 공방에 따른 법률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처벌에 따른 경영 리스크 증가와 생산활동 위축 가능성도 제기된다. 응답 기업의 63.6%는 ’사업주·경영책임자 실형 증가로 인한 기업 경영 리스크 증가‘를, 60.9%는 ’과도한 벌금 및 행정제재로 인한 생산활동 위축‘을 우려했다. ’사업주·경영책임자 기피 현상 초래 등 기업가 정신 위축(46.2%)‘과 ’원청-하청 간 안전관리 책임소지 혼선 야기(20.6%)‘ 등도 높은 비율을 보였다.

한편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실질적인 개번방안을 묻는 질문에는 절반(48.8%)이 ’업종과 규모를 고려한 안전제도를 개편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응답했다. 기업의 안전관리와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정부의 정책적 수준이 ’미흡(91.8%)‘하다는 이유에서다. 정책적 수준이 ’충분하다고 응답한 기업은 8.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이번 조사 결과는 산업 현장에서의 실질적인 인식을 보여준다”며 “대부분 기업들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이 사업주 등에 대한 과도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는데 비해 산업재해 예방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안전 정책의 패러다임을 사후 처벌 위주에서 사전 예방 중심으로 전환하는 근본적인 정책 전환 노력을 기울여 업종과 현장 특성에 맞도록 안전법제를 재정비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