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패션을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디자이너 브랜드 ‘푸시버튼’하면 떠올리는 몇가지 핫한 아이템들이 있다.
러닝셔츠 같은 파격적인 디자인의 노란색 드레스와, 노란색 바탕에 기하학적 지그재그 패턴이 인상적인 포 퍼(Faux furㆍ가짜 모피), 그리고 호피무늬다.
2011년 말 한 방송사 시상식에서 배우 공효진은 허리 부분에 슬릿(Slitㆍ절개)이 들어간 노란색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 화려한 주얼리와 클러치를 한 여배우들 사이에서 디테일 없이 밋밋한 드레스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예의 ‘무심한 듯 시크한’ 레드카펫을 선보였던 공효진은 단연 돋보였다.
네크라인이 남성의 러닝셔츠를 연상케 하는 이 드레스는 푸시버튼 박승건(39) 실장의 작품이었다. 공효진은 푸시버튼의 ‘뮤즈(Muse)’이면서 동시에 디자이너 박승건의 절친한 친구다.
공효진 패션을 검색하면 푸시버튼이 연관 검색어로 뜰 정도로, 공효진과 푸시버튼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녀가 입고 나온 푸시버튼의 옷들은 매번 화제가 됐다. 특히 푸시버튼이 2014 가을ㆍ겨울(F/W) 메인 패턴으로 처음 선보였던 ‘도기스 플레잉 레오파드(Doggie’s playing Leopard)’ 패턴, 일명 녹색 호피무늬의 옥스퍼드 셔츠는 공효진이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입고 나오면서 완판을 시키기도 했다. 박승건 실장이 키우는 강아지 토이 푸들에서 영감을 얻은 바로 그 패턴이다.
푸시버튼을 세상에 알린 또 하나의 아이템은 2012년 F/W 서울컬렉션에서 첫 선을 보였던 포 퍼였다. “퍼는 끝났다(Fur is over)”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아름다우면서도 품질이 좋은 인조모피를 만들고자 했던 디자이너 박승건의 집요함이 이룬 역작이었다.
푸시버튼은 지난 17일부터 22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개최됐던 2015 봄ㆍ여름(S/S) 서울패션위크에서 또 한번 그 인기를 입증했다. 무채색 위주의 다소 보수적인 디자이너 컬렉션 사이에서 톡톡 튀는 개성과 위트로 런웨이 무대를 사로잡았다.
“저를 어렸을 때부터 보아 온 지인들은 ‘날라리’ 같던 제가 디자이너 일을 한 두해 하다가 말겠지라고 생각했답니다. 하지만 저는 무언가 꽂히는 게 있으면 무섭게 파고 드는 습성이 있습니다. 매 시즌마다 새로운 주제를 파고 드는 패션 일이 제게 딱이었던 거죠.”
박승건 실장은 사실 20대에 1집 음반을 낸 전직 가수다. 종로의 시대복장학원을 다니며 일본 유학을 준비하다 우연히 캐스팅 돼 음반을 냈다. 연예계에 입문한 것을 계기로 처음 패션에 눈 뜨게 된 것이다. 이후 스타일리스트로 전향해 패션 프로모션에 대해서도 배우게 됐고 서른살이 되던 해 전 재산을 몽땅 털어넣다시피 해 푸시버튼을 시작했다.
2005년 이태원 가구거리에서 처음 숍을 낸 이후 패션 에디터들이 “사람들에게 알려주지 않고 우리들끼리만 알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초창기부터 사랑을 받았다.
“패션은 청담동이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사무실을 청담동으로 옮긴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저의 감성과는 전혀 맞지 않았죠. 2년동안 숍에 간 횟수가 한달도 안 될 정도였어요. 결국 다시 이태원(한남동)으로 사무실과 쇼룸을 옮기게 됐죠,”
그의 패션에는 ‘이태원 감성’이 녹아 있다. 나만의 개성과 자유로움, 그 안에서도 실용성을 놓치지 않는 것이 푸시버튼 디자인의 핵심이다.
‘이태원 날라리’라는 별명이 의외일 정도로 차분한 성격과 조용한 말투의 디자이너는 자신의 패션 철학과 소신에 대해서 얘기할 때만큼은 더욱 단호한 눈빛으로 돌변했다.
“실용적인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선, 절개, 장식…. 넣을 데 안 넣을 데를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주머니가 없는 옷은 너무 불편해요. 그래서 드레스에도 주머니를 꼭 만들죠. 기본에 충실한 옷, 불필요한 디테일이 없는 옷에 퀄리티를 높이는 것이 제가 추구하는 디자인입니다.”
이번 시즌 서울컬렉션에서 그는 지난 시즌 대히트를 쳤던 레오파드 패턴의 또 다른 버전을 선보였다. 레트로 빈티지(Retro Vintage) 풍의 디자인에 편안한 실루엣, 그 속에 푸시버튼만의 개성 넘치는 패턴이 참석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또 로퍼나 하이힐에 나이키 양말을 매치하는 등 최근 패션 트렌드인 ‘놈코어(Normal과 Hardcore의 합성어ㆍ평범함을 추구하는 패션)’를 푸시버튼만의 철학으로 재해석했다. 변화무쌍한 패션 트렌드를 쫓아가지 않고 평범한 듯하면서도 그 안에서 ‘진짜 패션’을 가려내는 것이 박승건 실장이 말하는 놈코어의 핵심이다.
세계적인 패션잡지 마리끌레르의 디렉터이자 패션 파워블로거인 카일 앤더슨(Kyle Anderson)은 서울컬렉션 이후 푸시버튼의 쇼를 최고로 꼽기도 했다.
그에게 이태원과 패션은 뭘까.
“이태원은 소울이 풍부한 곳입니다. 미군 부대들을 끼고 클럽문화가 일찍 발달했고요. 겟유즈드, 마리떼프랑소와저보 같은 브랜드들의 ‘짝퉁’이 널렸던 곳이기도 하죠. 저에게는 난생 처음 치즈라면의 추억이 있는 곳이기도 하고요. 가로수길보다도, 청담동보다도 패션의 진한 소울이 있는 곳이 바로 이태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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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박해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