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그룹 지주사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존 수익구조 탈피 신사업 추진에 ‘찬물’
오락가락 지주회사 정책에 기업들 ‘분통’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최근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주요 그룹의 지주사들의 사업 확장에 급제동이 걸렸다.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 규제라 불리는 사익 편취(내부 거래) 규제 대상이 총수 일가가 지분을 20% 이상 보유한 상장 계열사로 확대되면서다. 기존에는 총수 일가 지분이 30% 이상을 보유한 상장 계열사가 규제 대상이었다. 이에 따라 SK㈜, ㈜LG, ㈜LS, ㈜한화 등 그룹의 지주사이거나, 실질적 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는 기업들이 내년말부터 대거 새로운 규제 대상에 편입된다.
제2의 ‘바이오팜’으로 대표되는 지주회사들의 사업다각화 의지에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정부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확대로 지주사들의 신사업 확장에 급제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SK그룹의 사업지주사 역할을 수행 중인 SK㈜가 대표적이다. SK㈜는 계열사와의 시스템통합(SI), 상표권, 사옥 임대 등의 내부 거래나 적지 않지만, 이를 토대로 외부 사업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 이는 올해 SK바이오팜의 상장이라는 대표 성공 사례를 낳기도 했다.
SK㈜는 최근에는 혁신 바이오 기업으로 주목 받는 미국 로이반트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2억달러 (약 2200억원)를 투자해 ‘표적 단백질 분해’ 플랫폼을 활용한 신약 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앞으로 그룹 내부 계열사와의 통상적인 거래에 대해서도 정부의 규제 감시를 받게 되면서 공격적인 투자 기조에 일정 부분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다.
기업들은 지주사 전환을 장려하던 정부가 돌연 입장을 바꿔 지주사 규제를 강화하는 데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 99년 지주회사 제도를 도입한 이래 지속적인 규제완화를 통해 기업집단의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유도해 왔다.
하지만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은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는 물론 지주회사 지분율 규제 강화까지 더해지며 사실상 ‘지주회사 규제 강화법’으로 전락했다. 여기에 정부가 최근에는 지주회사들의 상표권과 컨설팅 수익 등에 칼날을 들이대는 등 배당이 아닌 별도의 수익을 창출하는 데 대해 규제 기조를 강화하는 것은 지주사 주주들에 대한 역차별이란 지적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사업지주사를 허용하고 있는 법의 취지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주장이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주요국은 지주회사의 일반적인 운영사항에 대한 사전적 규제를 하지 않으며, 시장독점 등 사후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제도팀장은 “계열사 간 거래는 대부분 수직계열화에 따른 효율성 추구, 거래 안정성, 상품·용역의 품질 유지 등을 위한 정상적 거래로 사익편취와는 무관하다”라며 “그룹 계열사와의 거래에 일일이 감시를 받게 되면서 신사업을 위한 투자 등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정순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