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신축 매입임대 품질 개선 강조…넓은 평형·고급 옵션 도입

시장은 “인프라가 더 중요” 불만

전문가들 “품질 높여도 주변 환경 열악하면 입주 꺼릴 것”

저소득층 주택지원 30% 삭감하고, 중산층용 임대지원 대폭 늘린 정부[부동산360]
지난 22일 매입임대주택 둘러보는 김현미 장관 [국토교통부 자료]

[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리면 임대주택으로도 주거의 질을 마련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미래주거추진단장)

“이번 대책으로 매입임대 가격을 서울에선 평균 6억원으로 대폭 올려 주택 품질을 획기적으로 올릴 수 있게 됐고, 아이돌봄시설이나 커뮤니티시설, 폐쇄회로(CC)TV도 확충할 수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정부가 다세대 매입임대 중심의 전세대책을 발표해 신축 매입임대의 품질 개선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시장에서는 세입자들의 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아파트 전월세를 선호하는 것은 단순히 주택 품질이 아니라 교육환경과 교통, 주차, 보안, 상가 등 주변 환경 영향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2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번 전세 대책의 전체 공급 물량 11만4000가구 중 아파트는 3만 가구로 나머지 8만4000가구는 다세대나 오피스텔 등이다.

정부는 공사가 오래 걸리는 아파트는 단시간에 전세수급을 안정화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고 밝혔다. 대신 기존과 달리 넓은 평형에 고급 옵션과 지하주차장을 도입한 양질의 다세대가 어려움을 겪는 전세 수요자에게 아파트의 대체제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2일 “수요자들이 아파트를 원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파트는 공급하는 데 필수적인 공기가 정해져 있어서 단기 공급에는 한계가 있다”라며 “단기간에 공급할 수 있는 (다세대) 공공임대 물량을 통해서 수요를 분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방 3개가 전부가 아니다’…임대주택 강조한 정부에 “세입자 현실 전혀 모른다” 불만 터져나와[부동산360]
지난 22일 서울 은평구 대조동의 매입임대 주택을 방문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모습. [국토교통부 제공]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미래주거추진단장도 지난 20일 서울 동대문구 엘림하우스와 강동구 서도휴빌 등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매입임대주택을 둘러본 뒤 “방도 3개가 있고 해서 내가 지금 사는 아파트와 비교해도 전혀 차이가 없다”며 임대주택이 아파트 못지 않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하지만 전월세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육아와 출퇴근으로 교육환경·교통 등 인프라가 중요한 세입자들의 고충을 전혀 모른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정부가 그동안 다가구·다세대를 활용한 임대 공급을 확충했지만 열악한 주변 환경 등을 이유로 공실이 상당수 발생했다. 현재 전국 공공임대 중 3개월 이상 공실인 주택은 3만9100가구에 이른다.

전문가들도 다세대 주택이 아파트 수요를 흡수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세입자들에게 어떤 주택을 원하는지 물어보지도 않고 대책을 내놨다”면서 “시장에서 원하는 주택이 아니라 정부에서 가져갈 수 있는 주택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해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도 “사람들은 임대료가 저렴하더라도 원하는 입지나 인프라가 아니면 입주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mss@heraldcorp.com

저소득층 주택지원 30% 삭감하고, 중산층용 임대지원 대폭 늘린 정부[부동산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