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증자로 지분 10.7% 확보할듯
조 회장, 3자연합보다 6%P ‘역전’
일부선 “끝내 KCGI가 지배할 수도”
“산업은행은 경영권 분쟁 중인 조원태 회장이 아니라, 아시아나를 인수하게끔 한진칼을 지원한 겁니다. KCGI 입장에선 산은의 자금 투입을 레버리지 삼아 판을 키울 수도 있어요.”
산업은행이 양대 국적항공사를 통합하는 그림을 내놓으면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강성부 펀드’ 등 3자연합의 경영권 분쟁 추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장은 경영권을 확보하고있는 조 회장이 산은의 덕을 보겠지만, KCGI가 향후 법적 대응 과정에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한진칼의 3자배정 유상증자에 5000억원을 투입해 확보할 지분은 10.7%(보통주 기준)다. 예정대로 내달 22일 신주가 상장될 경우 기존 주요주주들의 지분도 자연스레 희석된다. 기존 최대주주인 KCGI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 등 3자연합의 지분율은 기존 46.7%에서 41.7%로, 조 회장 측 우호지분은 37.0%로 줄어든다. 산은 지분을 조 회장 측 우호지분으로 분류할 경우, 조 회장이 3자연합의 지분을 약 5.9% 앞서게 된다.
업계는 지난 2018년 11월 이후 약 2년간 이어져 온 한진칼과 KCGI의 경영권 분쟁이 막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변수가 아예 없지는 않다. 최대현 산은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전날 온라인 브리핑에서 “일방적으로 (한진칼 현 경영진 측에) 우호적인 의결권 행사를 하진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경영투명성 확보를 위해선 3자연합 및 기타주주와 의견을 나눌 것”이라며 “한진칼이 이번 거래의 당사자이기 때문에, 향후 경영권 변동이 발생하게 되더라도 통합작업이 차질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경영권 변동 여지가 남아있다는 설명이다.
산은을 상대하며 기업 구조조정에 자문했던 한 업계 관계자는 “양대 국적항공사 통합 계획을 밝히고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고자 할 때, 산은으로선 당연히 주주가 아닌 경영진을 접촉해야 한다”며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기존 경영진 손을 들어줬다는 것은 결과론적인 해석일 뿐”이라고 말했다. 법적 대응에 나선 KCGI가 연내 산은 측 지분 확보를 저지하거나, 향후 기존 경영진에게 경영 실패 책임이 지워질 경우 KCGI가 통합 구조조정의 키를 잡게 될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물론 KCGI는 기존 주주 배정 대신 제3자 배정으로 자금을 조달한 결정부터가 기존 경영진의 손을 들어준 처사라고 비판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자금 확보가 핵심이었다면,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한 유상증자를 먼저 진행한 뒤, 실권주에 대해서만 산은이 나서야 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산은 입장에선, 인수 후 통합(PMI) 과정에서 기존 경영진을 충분히 견제하기 위해 최대한 많은 지분을 확보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M&A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 상황만 놓고 보면 KCGI 측 주장대로 기존 주주배정 먼저 진행하는 것이 중립적이었을 것”이라면서도 “최대한 신속하게 자금을 지원해야 했고, 사회·정치적 부담이 큰 만큼 기존 경영진도 충분히 견제해야 하는 산은으로선 단독으로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최준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