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장관 '성인지 기회' 발언 파장

“최소한의 의식·양심·자격 없음 입증”

“각 부처에 여성정책 담당국 만들자”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 [연합]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은 6일 "여성가족부 장관 사퇴가 아니라 여가부 해체가 정답"이라고 밝혔다.

유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전날 여가부 장관이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 대해 '국민 전체가 성인지에 대한 집단 학습을 하는 기회'라고 했는데, 여가부 장관으로 최소한 의식, 양심, 자격도 없음을 스스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박원순·오거돈이 저지른 권력형 성범죄 피해자들은 이 순간에도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는데, 여가부 장관이란 공직자가 저런 막말을 해도 장관 자리에 버젓이 버티고 있는 게 문재인 정권의 본질"이라며 "이렇게 반여성적인 여가부라면 필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거돈 성범죄' 피해자는 '그럼 나는 학습교재냐, 내가 어떻게 사는지 티끌만 한 관심이라도 있다면 저 따위 말은 절대 못한다. 저 소리 듣고 오늘 또 무너졌다. 역겨워서 먹은 음식을 다 토하기까지 했다. 내 앞에서도 저렇게 말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고 절규했다"며 "피해자의 목소리가 우리를 너무 가슴 아프게, 분노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 페이스북 일부 캡처.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 페이스북 일부 캡처.

유 전 의원은 "나는 2017년 대선 때 여성가족부 폐지를 약속했다"고 했다.

그는 이와 관련, "여성의 건강, 복지, 자녀보육, 교육은 보건복지부와 교육부가 제대로 챙겨야 한다"며 "여성의 일과 가정 양립, 직장 차별 금지, 육아휴직은 고용노동부가 제대로 챙겨야 한다"고 했다. 나아가 "여성 인권은 법무부가 제대로 챙겨야 하며, 범국가적 차원의 저출산 대책, 성인지 예산은 대통령이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들과 챙겨야 한다"고 했다.

유 전 의원은 "여성의 인권과 사회참여, 경제활동이 보장된 국가들도 여성부를 따로 두지 않는다"며 "모든 국가정책에는 인구 절반인 여성이 해당하지 않는 곳이 없다. 여가부를 따로 두는 것은 되레 제대로 된 여성정책을 방해할 뿐"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여성을 내세워 1조2000억 예산을 쓰면서, 여성을 위해 제대로 하는 일 없이 '성인지 학습 기회'라는 막말만 하는 여가부, 장관의 사퇴로 끝날 일이 아니다"며 "각 부처에 여성정책 담당 국을 만들고 기재부 예산실이 여성예산실을 만드는 게 훨씬 더 여성정책을 제대로 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5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5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

앞서 이정옥 여가부 장관은 전날 국회 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의혹으로 치러지는 내년 4월 보궐선거에 대해 "큰 예산이 소요되는 사건을 통해 국민 전체가 성 인지성에 대한 집단학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역으로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이 "선거에 838억원이 쓰이는데 피해자나 여성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해봤느냐"고 질의한 데 따른 답이었다. 윤 의원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학습비라고 생각하나. 진정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대한민국 여가부 장관이 맞느냐"고 되묻자 이 장관은 "어떤 상황에도 국가를 위해 긍정적 요소를 찾아내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윤 의원이 "장관님, 참 편한 말이다.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 사건은 전형적 권력형 성범죄 아니냐"고 다시 질의하자 이 장관은 "수사 중인 사건에 죄명을 명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받아쳤다.

이 장관은 논란이 이어지자 전날 오후 예결위 답변에서 "피해자에게 송구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성인지 교육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에 압도돼 그런 표현을 한 것으로 오해 소지가 있다"고 했다. 이어 "저부터도 피해자 관점에서 모든 것을 보려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며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