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변화에 따라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서비스와 제품을 출현시킨다. 소비자들의 오래된 문제를 해결해주는 서비스와 제품에 소비자들은 열광하고 이들은 산업을 바꾸고 경제구조를 바꾸기까지 하는 것이 역사의 순리다. 혁신상품은 상품 자체가 소비자들의 환영을 받는 것 이상으로 새로운 공급생태계를 만들어내므로 기존 공급자들과 타협할 수 없는 경쟁을 촉발한다. 소비자들이 기존에 만끽하지 못했던 혁신상품에 열광하자 경쟁에 밀리기 시작한 기존 공급자들은 이들 혁신 공급자들을 박해하기 시작한다.
기존 공급자들이 혁신 공급자를 방해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기존 공급망 중심으로 형성된 규제 체계를 장악한 관료를 설득해 혁신상품의 시장 내 공급을 방해하는 새로운 규제를 만들고, 기존 규제를 혁신상품에 불리하게 해석하며, ‘OO마피아’라 불리는 내부자들이 카르텔로 작동해 모든 방면에서 새로운 상품이 소비자에게 접근하는 것을 가로막는다. 모든 정부 부처에서 관장하는 규제가 존재하는 산업에 이런 현상이 일상화돼 있는 것이다. 오래된 산업일수록 민·관 유착이 상존하므로 촘촘한 규제가 만들어져 신규 공급자의 진입을 어렵게하는 제도로 면허·인가·허가·등록·신고제가 운용되고 있다. 물론 이 진입 규제는 공통적으로 소비자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운다. 이제는 정부의 개입 없이도 공개시장에서 소비자보호가 가능한 시대가 열린 지 오래다.
인터넷·블록체인·5G의 고도화로 기술 발전이 급진전되는 요즈음 이러한 전통과 혁신의 갈등은 도처에서 전개되고 있다. 이들의 주무기는 규제(법률)다. 필자는 이를 ‘전통과 혁신의 법률전쟁’이라고 부른다. 이 전쟁터에서 규제의 생산과 집행을 담당하는 정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정부는 소비자의 후생을 증가시키는 혁신적인 상품이 기존 시장에 진입하거나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도록 배려할 책무를 다해야 하고, 섣불리 나서서 혁신산업을 활성화하겠다고 닫힌 규제를 신설해 기술 발전을 저해하는 일도 삼가야 한다.
생활밀착형 혁신산업의 활성화는 정부가 이끌 필요 없이 시장에서 저절로 이뤄진다. 포노사피엔스가 지배인류로 등장한 지금 소비자의 환영을 받는 서비스에 대한 정보는 빛의 속도로 공유된다. 혁신 이동 서비스 ‘타다’가 서울 일부 지역에서 운행됐는데도 불과 1년 만에 170만명의 고객을 모은 것이 단적인 예다. 정부는 이를 지켜보면서 산업 발전에 장애가 되는 기존 공급자들의 손실을 보전할 재원을 마련하고 혁신 서비스의 자유경쟁을 위해 닫힌 규제를 개혁하는 일에 힘써야 하다.
최근 개인형 이동장치가 공유경제 서비스로 등장한 지 몇 년 되지도 않았는데 국토교통부는 벌써 규제법령을 만들겠다고 나서고 있다. 규제의 조기 시장 진입은 필경 ‘닫힌 규제’를 만들어 산업 발전을 가로막게 된다. 개인형 이동장치는 극히 일부 지역에서 이제 막 서비스 경쟁이 시작됐을 뿐이다. 개인형 이동장치 공유산업도 도시 교통수단의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자생했듯이 정부가 나서지 않아도 사회경제 환경의 변화 및 기술 발전으로 이들이 시장의 환영을 받는다면 지속할 것이고 그로 인해 발생한 문제점은 경쟁에서 이긴 기업이 저절로 해결해나갈 것이다. 이러한 신뢰 기반의 사회로 우리는 전환할 때가 아닌가. 정부는 시장이 스스로 노정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없어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민간의 실패’가 드러남이 분명할 때 예외적이고 보충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테크앤로 부문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