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거주 외국인 160만명 시대…향신료 천국이 되다
지하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5번 출구 앞에는 ‘동대문 실크로드’를 알리는 표지판이 서있다. 이곳에서 5126㎞를 걸으면 우즈베키스탄의 사마르칸트, 4420㎞ 밖에는 키르크즈스탄 비슈케크가 있다.
비행기로 7시간을 날아야 닿는 나라지만 실크로드의 문화는 이미 한국, 그중에서도 서울 중구 광희동 일대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 동대문외국인정보센터의 김준태 대표는 “동대문시장을 주로 이용하던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러시아권 이주민들이 증가하면서 근방에 러시아 간판을 내건 상점과 음식점들이 크게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매일 저녁이면 광희동 일대는 고향 음식과 식자재를 찾는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인들로 북적거린다. 은행과 환전소, 우체국도 아예 러시아 간판을 내걸거나 러시아어 안내문을 큼지막하게 내걸었다.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면 이 문화권 음식의 독특한 향신료인 우끄로프(Укроп)와 페트루쉬까(Петрушка)의 향이 진동을 한다. 러시아어로 ‘즈라’라고 불리는 커민씨앗도 독특한 향을 풍긴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재외교포 김발렌찌나(50)씨는 “카레나 빵, 볶음밥에 주로 넣어 먹는다. 이제는 동대문이나 이태원 일대에서도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키르기즈스탄,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러시아권 5개국의 한국 거주자 수는 약 6만4000여명이다. 2010년도 3만8000명이었던 거주자 수가 해마다 6000명씩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하루에도 수백명의 우즈베키스탄, 러시아인들이 광희동 일대로 몰려들고 있지만, 이들이 정작 이곳에 사는 것은 아니다. 4만 여명에 달하는 한국 내 우즈베키스탄인들은 주로 안산 단원구와 경남 김해시, 경기 화성시, 충남 아산시에 모여 산다. 카자흐스탄인들도 안산과 아산, 대전 동구 등에 흩어져 살고 있다. 염색공장과 금형 주물공장에서 일하는 ‘3D’업종 종사자들이 절반 이상이어서 공장 근처에 옹기종기 모여사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무비자협정을 맺은 러시아는 그나마 형편이 낫다. 러시아인들은 대기업이 들어선 수원 영통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많이 모여산다. 이들은 주로 연구와 무역 목적으로 한국에 들어왔거나 사할린 재외동포들이다.
김윤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