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쿠르드 민족주의가 다시 불붙고있다.”
시리아 코바니 전투가 3000만 쿠르드족의 단결과 민족주의 부활의 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라크 쿠르드족은 코바니에서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와 전투를 벌이고 있는 시리아 쿠르드족에 아낌없는 지원을 보내고 있으며, 예전엔 한 자리에 모이지도 못했던 시리아ㆍ이라크 쿠르드 두 세력이 서로 만나 대화를 나누는 상황으로 진전됐다.
이번 전투는 쿠르드 민족주의가 부활하고, 중동 4개국에 흩어져있는 쿠르드족이 단결해 힘을 합쳐 자치권을 요구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도 23일(현지시간) ‘코바니 전투가 쿠르드 민족주의를 부활시킨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코바니는 역사학ㆍ지정학적으로 중요하며 이곳이 쿠르드족의 지역적 영향력 확대와 자치권 요구에 중심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직 미 국무부 관료였던 헨리 바키는 “쿠르드 민족주의가 다시 불붙고있다”며 “쿠르드족이 국제사회에서 재발견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리아 쿠르드 주요 정치세력 가운데 하나인 쿠르드민주동맹당(PYD)의 알다르 젤릴은 “쿠르드족은 더이상 과거의 정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쿠르드족끼리의 상호 관계 개선을 기대했다.
3000만 쿠르드족은 터키, 이라크, 시리아, 이란에 흩어져 수십 년 간 자치권 확대를 요구했다. 그러나 각 세력은 서로 합심하기는 커녕 정치적 라이벌로 여기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벌어진 IS의 공격은 쿠르드족을 규합시키는 계기가 됐다. FT는 PYD 지도자 살리흐 무슬림과 라이벌인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 수반인 마수드 마르자니가 권력투쟁을 한쪽으로 미루고 동맹을 맺을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리아 쿠르드 정치활동가인 문지르 에흐메드는 “이전 같으면 이들은 함께 같은 방에 앉아 있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이제는 회의도 나누고 대화도 이어가며 심지어 함께 식사도 하고 웃기도 한다. 코바니가 모든 것을 바꿨다”고 말했다.
지난 22일에는 PYD와 바르자니 수반이 권력배분 및 시리아 쿠르드족 지역 합동군 조직과 관련한 협상을 타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쿠르드족 지도부가 이같은 협상을 축하했다고 전했다.
이라크 쿠르드 무장세력 페쉬메르가의 코바니 진군은 쿠르드 협력의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터키의 견제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최근 미국과 터키, PYD, 쿠르드족 지도자들은 코바니 방어계획과 쿠르드족 통일방안에 대해 논의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의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 관계자는 “쿠르드족이 단일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미국으로서는 특히 중요하다. 이는 강력한 지원 조건이다”라며 “터키는 이에 대해 불편해하고 있고 PYD는 쿠르드노동자당(PKK)이나 IS와 같은 테러단체로 분류하길 원했다”고 밝혔다. PYD는 PKK의 자매단체로 PKK는 수십년 간 미국과 터키정부에 의해 테러단체로 지정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