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기관 위주의 공매도 시장
주식대주시장 확대로 개인 진입 쉽게 해야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소유하지 아니한 상장증권의 매도, 차입한 상장증권으로 결제하고자 하는 매도를 공매도라 한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180조에는 공매도를 이같이 정의하고 있다.
올해 3월 13일 금융당국이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하기 이전까지 현황을 보면, 코로나19 확산과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로 주식시장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유가증권시장, 코스닥시장의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급증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19년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3180억원이었으나 올 1, 2월에는 4528억원, 3월 11일 6633억원, 3월12일 8723억원으로, 3월13일 금융당국이 공매도 전면금지를 발표하기 직전까지 전년 대비 2배 이상 크게 늘었다.
국내 공매도의 주요 특징으로는 시가총액이 큰 대형주 중심이며, 외국인 위주의 시장이라는 점이 두드러진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외국인 비중은 유가증권시장,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74%, 86%를 차지했다. 기관이 시장별 각각 25%, 12%, 개인이 1%, 1%인 것과 큰 대조를 보인다.
공매도의 긍정적 역할로는 부정적 정보를 적시에 반영해 주가 버블을 방지하는 가격 발견 기능, 공매도가 없으면 ‘매도자=주식보유자’라는 정산과정에서 추가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유동성 공급, 경영자의 대리인문제를 방지하는 책임경영 촉진과 금융사기 방지, 차익거래와 롱-숏전략 등 다양한 투자전략이 가능하다는 점이 꼽힌다.
학계에서는 이같은 공매도의 순기능을 지지하는 반면, 이에 못지 않게 부정적 측면에 대한 지적도 크게 일고 있다.
주가조작을 통한 시장질서 교란이라는 차원에서 현대상선과 삼성중공업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16년 8월2일 현대상선에 공매도 물량이 폭증했다. 현대상선이 당일 2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채권단에게 배정하기로 공시했다. CB 발행 공시로 주가는 하락했고 공매도 세력은 이익을 실현했다.
같은달 삼성중공업이 유상증자를 발표할 때도 신주공모가격으로 공매도를 정산하려는 공매도세력의 집중공격을 받았다.
올해 금융당국의 공매도 전면금지에 영향을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지적도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시장조성자에 대한 업틱룰(주식 공매도 시 시장가격 이상의 가격(uptick)에서 매매호가를 설정하도록 하는 규칙) 예외, 거래세 면제 등 제도 미비로 인한 차별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담보와 신용 제약으로 인해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주식대주시장에 개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은 중앙집중방식의 재원공급 기구를 마련해 차입을 통해 대주 재원을 공급하고 운영상의 리스크를 관리하는데 전문성을 갖도록 유도함으로써 개인 투자자들의 공매도 거래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진호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매도의 부정적 관점은 공매도의 경제적 부작용이라기 보다는 공매도와 관련된 제도적 미비점이 주요 원인”이라며 “시장교란 행위에 대한 감시 감독과 처벌 강화, 업틱룰 예외 조항개선은 물론이고, 개인 투자자의 대주 시장 확대로 공매도 시장 진입의 용이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