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최초 디지털부서장 출신 은행장
은행의 결제정보는 과거의 행동 데이터
미래예측 가능 빅테크 협업 최적서비스
외부정보 결합 ‘디지털 플랫폼’ 개발착수
농촌고객 아우르는 맞춤형 PFM 서비스
“언제 어디서든 바로 금융이 가능케…”
“고객에 도움이 되는데, 빅테크와 협력해야죠”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들의 금융서비스 진출에 대한 금융권의 우려가 크다. 자칫 금융이 빅테크 플랫폼에 종속될 것이란 불안이다. 취임 6개월을 맞은 손병환 NH농협은행장의 인식은 다르다.
“과거 이동통신사들을 떠올려봅시다. 통신사들이 문자나 음성서비스를 위해 제공하던 통신망을 카톡이 활용하자 처음에는 불공정거래라는 불만이 나왔죠. 통신사들이 이에 대응해 자체적으로 비슷한 서비스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어요. 그렇다고 통신사가 망했나요? 데이터사업자로 바뀌어서 고유영역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과거처럼 몇몇 사람이 시대흐름을 이끌어 가는게 아니라 이제는 소비자 선택이 세상을 바꾼다는 게 손 행장의 생각이다. 은행나 빅테크 모두 자신의 기득권이 아닌 소비자를 직시하자는 경영 철학이다.
손 행장은 “계좌서비스는 은행 고유 영역입니다. 빅테크들이 유사한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겠지만, 경쟁관계 등의 문제 때문에 쉽지 않을 겁니다. A사 서비스가 경쟁관계인 B사 환경에서는 통하지 않을 수 있죠. 이 때 기존 은행들이 계좌 플랫폼을 무기로 삼아 다양한 결제서비스를 해주면 됩니다”
금융은 통신이나 IT와 다르게 자산관리, 외환, 기업금융 등 단순 비대면이나 인터넷으로 대체하기 힘든 고유영역이 있고, 고도의 안정성과 신뢰성이 기반이 되어야 하는 만큼 지금의 상황을 너무 비관적으로 보지 말자고 손 행장은 강조한다.
“한 사람이 지난 해 유럽을 갔다고 치죠. 은행은 결제기록으로 유럽에 갔던 정보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 사람이 올해에도 유럽을 또 갈까요?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어요. 은행은 어떤 선택할지 알 수 없어요. 빅데이터는 다릅니다. 예비행동 때문이죠. 검색기록 등을 통해 행동패턴을 분석하면 미래를 어느정도 예측할 수 있어요. 살아 있는 정보죠. 당연히 은행에 안주려고 하겠죠. 은행의 사후정보는 자산관리엔 유용하지만 행동양식 예측은 어려워요. 늦고 죽은 정보죠. 우리가 갖고 있는 자산정보와 빅테크 업체의 소비·행동정보를 섞어야 완전한 형태의 고객관리가 가능합니다”
자산관리(WM)도 디지털 만큼이나 손 행장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야다.
“농협에서 출발해 고객 중 자산가들이 상대적으로 적고, 농어촌 점포비중도 높죠. 농업인과 농촌을 위한 금융기관이니 부자를 위한 서비스는 우리가 해야할 일이 아니라고 여겨왔던 부분도 있어요. 이젠 정말 그래선 안됩니다”
손 행장은 취임 후 자산관리 조직을 대폭 강화했다. ‘올100자문센터’를 만들어 상속·부동산 등 전문인력도 배치했다. 은행이건 고객이건 자산관리 없이는 생존이 어려운 시대이기 때문이다.
“베이비붐 이전 세대까지만 해도 자산이 없었죠. 은퇴자산 관리도 중요하지 않았어요. 지금 은퇴하는 분들은 대부분 자산을 갖고 있습니다. 저금리 시대입니다. 평생을 농협고객으로 직장생활, 경제활동 하다가 은퇴한 분들도 자산관리가 필요합니다”
농협은행이 개발 중인 비대면채널 개인자산관리서비스(PFM)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금융은 물론 비금융자산까지 포함한 자산분석을 목표로 한다. 각자 고객의 재무상태에 최적화된 맞춤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완성되면 고객들은 점포를 이용하지 않고도 스마트폰에서 대면채널과 거의 같은 수준의 자산관리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손 행장의 목표는 자산관리서비스의 대중화다.
최근 NH농협금융그룹은 계열사 금융데이터와 농협경제지주의 유통 데이터를 결합하고, 여기에 외부 디지털 정보까지 접목시킨 ‘농협금융 디지털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에 착수했다. 농협금융만의 강점인 하나로마트·NH멤버스 등 유통 데이터를 금융 데이터와 연계하고, 나아가 외부 비식별 정보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확보된 데이터에 애드테크(빅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을 통한 디지털 고객분석 및 마케팅 기술), 마켓센싱(소비자와 시장의 트랜드를 능동적으로 분석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과정) 등 최신 데이터 분석기술을 접목할 예정이다.
“편의성이 높아지면 고객 기반도 확장됩니다. 어떤 콘텐츠를 이용하더라도 농협 플랫폼의 혜택이 많으면 고객은 계속 사용하게 됩니다. 이용하지 않았을 때의 불편이 크다면 계속 이용할 수 밖에 없죠. 스마트부장 때인 2015년에 핀테크를 정의해보자고 했었는데, ‘고객이 어디에 있든 어떤 콘텐츠를 이용하던 바로 금융이 가능해야 한다’였어요”
대담 : 홍길용 금융부장·대담정리=서정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