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통화정책 대전환

통화량 늘려 물가 자극

투자전략에도 변화 필요

기술·성장주 비중 축소

금융·소비·산업재 확대

김성희 농협은행 NH All100자문센터 WM전문위원
김성희 농협은행 NH All100자문센터 WM전문위원

지날달 27일 전 세계가 주목한 가운데 잭슨홀 미팅이 개최됐다. 미국 캔자스시티연방은행이 매년 8월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와 경제전문가를 와이오밍주의 휴양지인 잭슨홀에 초청해 개최하는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이다. 전세계의 자금과 자산시장의 흐름에 큰 영향을 주는 미국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통화정책이 발표돼 늘 이목을 집중시킨다.

연준 파월의장은 기조연설에서 ‘유연한 형태의 평균물가목표제(Flexible Form of Average Inflation Targeting)’도입을 발표했고, 동시에 미연준은 공개 성명을 통해 ‘2%평균물가목표제(AIT)’를 채택한다고 밝혔다. AIT는 노동시장과 더 넓은 범위의 경제 부양을 위해 물가 평균을 2%에 맞춰 한동안 물가 상승률이 2%가 넘어도 용인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미팅이 특별했던 것은 미 연준이 통화정책의 무게중심을 물가안정에서 고용안정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펼친 2% 물가안정목표 통화정책의 30년 관행을 깨뜨린 중대한 전환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파월 연준 의장은 왜 물가안정이 아닌 고용안정에 집중하겠다고 나섰을까. 보통 물가는 혈압과 같다고 말한다. 너무 높아도 너무 낮아도 경제에 나쁜 영향을 준다. 0%대 물가상승률로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불리며 장기불황을 겪은 일본이 디플레이션 대표적인 예이다. 반면 물가상승률이 2358%로 치솟아 ‘원유매장량 1위 국가’에서 ‘끼니 부족국’이 된 베네수엘라가 하이퍼인플레이션의 대표적인 사례다.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물가상승률이 적정한 수준에서 유지되어야 한다. 지난 30년간 연준은 금리를 통해 물가를 조절하는 통화정책을 펴며 미국 경제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2020년 2월 코로나19 펜데믹의 발생으로 적정수준 1.87%를 유지하던 미국의 근원개인소비지출(PCE)물가지수는 미국 전역의 락다운(Lock-Down, 이동제한)으로 인한 소비절벽과 함께 5월 0.9%까지 하락했다.

미 연준은 경기회복을 위해 금리인하와 투자적격 회사채 매입 등의 대규모 통화정책을 시행하였는데, 그 결과 급락하던 자산 가격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연 최고점을 갱신하며 V자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8월 미국의 근원PCE물가지수는 1.25%로 기대만큼의 상승 없이 자산 시장과 실물경제의 극심한 괴리를 나타냈다.

일반적으로 통화량이 증가하면 화폐가치가 떨어져 실물자산의 가격이 올라가는 물가상승이 발생 한다. 통화량의 증가에도 실물경제의 바로미터인 근원PCE물가지수가 상승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1930년대 대공항 시절보다 더 떨어진 화폐유통속도에 있다.

화폐수량방정식에 따르면 통화량이 증가하고 화폐유통속도가 일정속도만 유지하면 물가와 실질성장율은 상승한다. 현재는 미 연준의 적극적 통화정책으로 통화량은 급증하였으나 코로나19의 확산방지를 위한 개인 활동 제한으로 소비 단절이 일어나 화폐유통속도가 전례를 찾을 수 없이 급락했다.

미 연준이 바로 이 부분에 집중해 30년간 유지한 통화정책의 기조를 바꾼 것이다. 미연준은 더 이상 자산가격의 상승이 아닌 고용에 중심을 두어 통화정책을 완전 고용으로 부터의 ‘편차’가 아닌 ‘부족’에 초점을 맞춘다고 하였다. 다시 말해 이전에는 고용 수준을 완전 고용에 도달하는 것에 집중하였다면, 지금은 완전 고용 수준에서 유지,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급격한 물가 상승이나 재정목표 달성을 방해하는 위험요인이 없다면 완전고용 수준 이상으로 고용을 확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고용을 위한 재정정책으로 미국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면 미연준이 채권 매입 등을 통해 돈을 풀어 장기적 저금리를 유지해 주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미연준의 이번 통화정책의 목표는 저소득층까지 실질적 혜택을 받도록 해 개인의 소득 증대와 소비 증가를 바탕으로 실물경제가 살아나도록 하는 것이다. 늘어난 통화량을 바탕으로 소비가 증가하면 화폐의 회전율이 높아져 화폐유통속도가 상승하고, 화폐유통속도가 증가하면 물가 상승과 실질성장률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잭슨홀 미팅으로 본 연준 통화정책에 따르면 올해 4분기부터 내년까지 통화량 증가 속도는 상반기보다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화폐유통속도는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부터의 투자전략은 화폐유통속도에 초점을 맞추어 상반기와는 조금 달라져야 할 것 같다. 통화량이 상승하고 화폐유통속도가 떨어지는 국면에서는 IT, 헬스케어, 필수소비재가 상대적으로 성과가 좋았다. 반대로 통화량이 떨어지고 화폐유통속도가 올라가는 국면에서는 금융, 경기소비재, 산업재가 좋은 성과를 보이는 패턴이었다.

글로벌 주식시장은 저금리와 유동성을 기반으로 대형 기술·성장주 중심으로 급등하였다가 숨 고르기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된다. 지금 전반적인 매크로 환경도 통화량의 증가는 주춤하고 화폐유통속도는 반등을 보이며 상승하고 있다.

현재 자산시장이 기간조정을 받는 상황에서 다시 상승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미연준의 통화정책에서 말하듯 실물시장의 회복이 있어야 할 것이다. 미연준의 통화정책을 기반으로 실물경제의 회복이 예상한다면 하반기 투자전략은 대형기술·성장주의 비중을 일부 축소하고 금융, 경기소비재, 산업재 관련주의 편입 비중 확대하여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길 추천 드린다.

김성희 농협은행 NH All100자문센터 WM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