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초기부터 의도적 경시”

다음주 ‘격노’ 출간 앞두고 보도

트럼프 “난 이 나라의 치어리더”

“우드워드, 그저 정치적 작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20명의 대법관 후보자 명단을 발표한 뒤 기자들이 밥 우드워드의 책 ‘격노’에 담긴 내용에 관해 질문을 쏟아내자 기자를 지목하고 있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20명의 대법관 후보자 명단을 발표한 뒤 기자들이 밥 우드워드의 책 ‘격노’에 담긴 내용에 관해 질문을 쏟아내자 기자를 지목하고 있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치명적이라는 걸 알면서도 발병 초기부터 의도적으로 경시했다는 언론인 밥 우드워드의 폭로가 9일(현지시간) 만천하에 공개됐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난 이 나라의 치어리더다. 사람들을 겁먹게 하고 싶지 않았다. 공황상태를 야기하고 싶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워터게이트’ 특종으로 리처드 닉스 전 대통령 사임을 촉발했던 우드워드는 작년 12월~올 7월까지 18차례 트럼프 대통령을 인터뷰, 다음주 이를 담은 서적 ‘격노(RAGE)’를 출간하는데 언론이 주요 내용을 보도해 미국이 발칵 뒤집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20명의 연방대법관 후보 명단을 발표한 직후 한 기자가 우드워드의 책과 관련해 ‘대중을 오도한 거냐’고 묻자, “공황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말하는 것이라면, 아마도 그렇다(오도했다)”라고 사실상 인정했다.

그는 “침착함을 보여야만 했다”며 “가장 드러내지 말아야 할 게 공포나 흥분, 두려움”이라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미국에 코로나19를 보낸 것이라고 지적, “역겹고 끔찍한 상황”이라고 했다. 문제의 책 ‘격노’에 대해선 “그저 또 하나의 정치적인 작업”이라며 우드워드를 맹비난했다.

워싱턴포스트(WP)등이 보도한 우드워드 책의 발췌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월28일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에게서 코로나19 관련, “대통령 임기 중 가장 큰 국가안보 위협이 될 것”이라고 보고 받았다.

그는 우드워드와 산발적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선 ‘끔찍하다’, ‘너무 쉽게 전염될 수 있다’ 등의 말을 한 걸로 나타났다. 특히 2월7일 인터뷰에선 “이건 치명적인 것”이라고 말해 심각성을 일찍부터 인지했다는 게 드러났다. 인터뷰 때 녹음된 발언이 주요 언론을 통해 공개돼 부인할 수도 없는 처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에겐 바이러스가 곧 사라질 거라고 주장하면서도 뒤로는 코로나19가 야기할 피해를 두려워한 셈이다.

그는 그러나 우드워드와 마지막 인터뷰(7월21일)에선 “바이러스는 나와 상관없다”며 “내 잘못이 아니다. 중국이 망할 바이러스를 내보냈다”고 말한 걸로 파악됐다.

대선 경쟁자인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을 맹공격했다. 바이든 후보는 미시간주 선거연설과 트윗을 통해 “트럼프는 알고 있었다. 몇 달 동안 우리에게 거짓말을 했다”며 “치명적인 병이 온 나라를 휩쓸 동안 그는 고의적으로 직무를 수행하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또 “이건 미국인의 생사가 걸린 배신이었다”고 했다.

아울러 “내가 뽑히면 항상 진실을 말하겠다고 약속한다”며 “전문가의 말을 듣고, 바이러스를 억제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다. 정치적 비용에 상관없이 여러분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에 놓겠다”고 했다.

바이든 후보의 러닝메이트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은 “도널드 트럼프가 알면서도 미국인을 배신했다”며 “대통령이 되기엔 적합하지 않다. 반드시 11월에 투표로써 몰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진 힐러리 클린터 전 국무장관도 “그(트럼프)가 고의적으로 거짓말을 해 20만명에 가까운 사람과 그들의 가족, 나라 전체가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WP의 부편집인을 맡고 있는 우드워드는 13일 저녁 CBS방송의 프로그램 ‘식스티미닛(60Minutes)’에 출연할 예정이어서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걸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우드워드가 야속할 만 하다. 지난 7월 백악관의 한 행사에서 의도적으로 ‘밥 우드워드’라고 큰 글씨가 써진 종이를 양복 안쪽 주머니에 넣는 장면을 연출하는 등 은근히 홍보하려 했지만 부메랑으로 돌아와서다.

CNN에 따르면 백악관 참모들은 우드워드와 인터뷰를 만류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사위 재러드 쿠슈너 선임고문이 ‘좋은 생각’이라며 강행한 걸로 파악됐다.

우드워드는 “트럼프는 문 뒤의 다이너마이트”라며 그 직분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평가로 책을 끝맺는다고 CNN은 전했다. 홍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