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시가총액이 10조원대에 달하는 삼성생명이 최근 1~2주 사이에 50%가량 급등했다. 삼성생명으로 하여금 17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 주식을 매도하도록 강제하는 이른바 '삼성생명법'과 관련해 정치권 논의가 재개되면서, 주주들에게 현금 배당 등 수익이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주식 처분 금액을 배당 재원으로 활용할지 여부조차 불확실하고, 회사에 대해서도 삼성자로부터 나오는 배당 수익을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삼성생명 주가는 4만6050원에서 6만5300원으로 약 42% 급등했다. 9% 넘는 하락한 14일 이전까지 계산하면 종가 기준 최대 상승률은 56%에 달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 30위권 내에 드는 대형주가 1~2주 사이 50% 주가 상승률을 기록한 것은 이례적이다.

'삼성생명법'이 뭐길래

삼성생명 주가가 급등한 것은 삼성그룹의 금융계열사로 하여금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도록 강제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하 삼성생명법) 논의가 최근들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에 대한 기대감 때문으로 해석된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사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을 취득원가 대신 시가로 평가해서 총자산(특별계정운용자산 제외)의 3%가 넘는 계열사 지분을 팔도록 유도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삼성생명의 경우에 대입하면, 삼성생명이 1980년대 취득한 삼성전자 지분의 취득 원가는 약 5400억원으로, 삼성생명 총자산(특별계정운용자산 제외, 6월 기준) 약 265조원의 0.2%에 불과하다. 하지만 시가로 평가하면 계산이 달라진다. 삼성전자의 지난 14일 종가(5만8000원)로 계산한 삼성생명 보유 삼성전자 지분 가치는 29조4731억원이다. 삼성생명 자산의 11.1%에 달한다. 법이 통과될 경우에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을 대량으로 처분해야 한다. 보유 지분을 전량 매각한다고 가정하면, 법인세 등을 감안해 삼성생명에 유입되는 금액은 17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생명법이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4년, 19대 국회 당시 김기식 전 민주당 의원이 보험사의 지분 평가 기준을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하는 개정안을 최초로 내놓았었고, 이후 20대 국회에서 이종걸, 박용진 의원 등이 유사한 내용을 담아 법안을 제출했다. 당시엔 야당의 반대로 개정이 무산됐지만, '176석 슈퍼 여당'이 탄생한 21대 국회에선 통과 가능성이 전보다 높아졌다는 평가다.

증권가 "법 통과 안 돼도 지분가치 재평가 효과"

금융투자업계와 투자자들은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할 경우 삼성전자 지분 가치가 재평가되면서 삼성생명의 가치 또한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삼성생명의 시가총액에 삼성전자 지분 가치가 반영되지 못했던 것은 지배구조 이슈로 인해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라며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용진 의원의 질문에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시가평가에 대한 방향성에 찬성하며 자발적 변화를 권고하겠다고 답변하는 등 처분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역시 "개정안 통과 여부와 관계없이 전자 지분 가치가 부각되기 시작된 점은 분명 호재"라면서 "통과 시 매각 차익은 배당 재원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안정적 배당투자 기회 잃는 것" 지적도

하지만, 삼성전자 지분 매각이 반드시 호재로만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매년 3% 수준의 안정적 배당수익처를 잃어버리게 된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삼성생명이 삼성전자로부터 받았던 배당금은 7196억원에 달한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신계약 감소에 따른 운용자산 성장 둔화와 금리 하락에 따른 보유이원 하락이 보험업 전체의 문제인 만큼 현재 삼성전자를 대체할 만한 좋은 투자자산을 찾기가 어렵다"며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향후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지분을 한꺼번에 시장에 내놓음으로써 겪을 수 있는 시장 충격 또한 우려 요인이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8.81%에 달해, 국민연금(11.1%) 다음으로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생명과 마찬가지로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삼성화재의 물량(1.49%)까지 합치면, 매각 유보 기간을 최대 7년으로 잡아도 한 해 3조원 가량의 주식이 시장에 쏟아진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오너 일가 → 삼성물산 → 삼성생명 → 삼성전자)를 고려할 경우 삼성물산이 인수자로 나설 것으로 증권가는 내다보고 있지만, 자금 조달 등 변수가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