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혁명과 예술의 도시, 프랑스 파리.
샹들리제 거리의 낭만과 에펠탑의 야경, 센느 강의 정취에 도취됐던 파리의 환상이 산산조각 났다면? 그것은 ‘파리 증후군’이다.
최근 이같은 현상이 중국인들에게서 나타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파리에 환멸을 느끼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일본인을 괴롭혔던 악몽이 재연될 조짐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리증후군은 본래 예의바른 일본인, 특히 30대 여성들이 파리에 환상을 품고 여행을 갔다가 콧대 높은 프랑스인들의 무시, 소매치기, 길거리 노숙자와 매춘부 심지어 개똥 등에 실망하고 혼란에 빠져 조기에 귀국한 데서 유래했다. 이번엔 중국인 관광객의 문화충격이 커지고 있다. 프랑스어를 못해 무시 당하는 것은 기본이고 소매치기, 습격 등 피해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자국 경찰을 파리에 파견하는 것까지 검토했다.
실제로 지난해 3월에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 23명이 프랑스에 입국한 직후 이동한 파리 근교에서 절도단의 공격을 받았다. 현지 가이드가 부상 당하고 현금 7500유로(1018만원)와 여권, 항공권을 도난 당했다. 중국인들이 환전 수수료가 아까워 거액의 현금을 소지한 것이 화근이 됐다.
프랑스 대표 와인 산지인 보르도에서는 양조기술을 배우던 중국인 6명이 공격을 받아 중국 정부가 프랑스 측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일련의 사건으로 중국인들의 프랑스 실망이 커지면서 파리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올들어 전년대비 20% 급감했다.
프랑스 관광업계는 울상이다. 루이비통과 샤넬, 에르메스 등 현지 75개 명품 브랜드 회사는 “이런 추세라면 구매 의욕이 강한 중국인들을 이탈리아나 영국에 뺏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프랑스 경제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국내총생산(GDP) 의존도가 높은 관광업까지 타격을 입을 경우 파장은 더 커질 수 있다.
파리 관광청에 따르면, 지난해 파리를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100만명으로 미국과 일본을 앞질렀다. 이들은 10억유로(1조3600억원) 이상을 쓰고 갔다.
프랑스는 자구책 마련에 분주하다. 시민들에 좀 더 친절을 당부하는 한편, 호텔 및 관광시설 관련단체는 온라인 가이드에 최소 하루 1회 미소를 보이며 중국어로 ‘니하오’라고 말하자고 제안했다.
프랑스 정부는 중국인 관광객을 안심시키기 위해 에펠탑과 루브르 박물관 등에 경비원을 증원하고, 지하철에 소매치기 주의 문구를 중국어로 썼다.
일각에서는 중국인들은 일본인과 달리 ‘파리증후군’에 빠질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30년 전 ‘파리증후군’을 처음 명명한 파리주재 일본인 신경과 전문의 오오타 히로아키는 “일본인은 겸손하고 예의를 지키려고 형식에 집착하는 반면, 중국인은 프랑스인처럼 국민적 자존심이 높고 내성적인 성격이 아니다”고 말했다.
파리 시민 대응에 대한 옹호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프랑스 관광청 조사부문 대표 토마스 데샹은 “중국인은 아무렇지 않게 침을 뱉고, 종업원을 부를 때 손가락으로 지적하거나 큰 소리를 낸다”며 “프랑스 웨이터들에게 이같이 하면 더 무시 당한다”고 말했다.
천예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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