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 업고 확장…세계시장 노려

‘제2의 홍콩’ 하이난 면세 중심지 부상

중국이 자국 면세점 육성에 발 벗고 나서면서 세계 1위 시장인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경제관광특구 하이난을 ‘제2의 홍콩’으로 키우기 위해 면세점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면서,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면세점이 전 세계적인 영향력을 확대해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중국이 3년 내 ‘면세점 최강자’ 자리를 탈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내 면세점들도 시장 방어에 나섰다.

무디데이빗리포트가 이달 발표한 세계 면세점 순위에 따르면 중국 국유기업인 중국면세품그룹(CDFG)은 지난해 매출 60억6500만유로(8조3526억원)를 기록해 세계 4위에 올랐다. 2017년 8위였던 CDFG는 불과 1년 만에 4단계 상승해 3위인 신라면세점과 격차를 좁혔다. 무디데이빗리포트는 “코로나19로 관광과 유통산업의 지형이 급변하면서 굳건하게 4위를 지켜왔던 CDFG가 올해 세계 면세점시장 주도권을 넘볼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중국 하이난에 2022년 개장하는 ‘하이쿠 국제면세점 쇼핑몰’. [무디데이빗리포트 홈페이지]
중국 하이난에 2022년 개장하는 ‘하이쿠 국제면세점 쇼핑몰’. [무디데이빗리포트 홈페이지]

▶중국 면세점, 하이난 발판삼아 세계 진출=CDFG는 ‘전략 거점지’인 하이난을 중심으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1년 하이난을 국가면세지구로 지정해 관련 산업을 활성화하는 ‘리다오 면세 정책’을 시행해왔다. 하이난을 방문한 중국인 1인당 면세품 구매 한도를 초기 5000위안(85만9500원)에서 현재 10만위안(1719만원)까지 늘렸다. 이와 함께 중국인 방문객이 하이난 방문 후 180일 동안 온라인을 통해 면세품을 살 수 있도록 허용했다. 전 세계 관광 지출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 소비 수요를 자국으로 돌려 내수를 진작시키겠다는 전략이다.

CDFG는 중국 면세점 활성화 정책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하이난의 면세점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는 구조로 중국 면세점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2014년 개장한 세계 최대 규모 ‘국제쇼핑단지 면세점’을 비롯해 하이난에서만 4곳의 시내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건립 중인 ‘하이쿠 국제면세점 쇼핑몰’은 이를 넘어서는 역대 최대 규모로 2022년 문을 열 예정이다.

코로나19로 중국 국내여행 수요가 늘어나면서 하이난은 막대한 자국민 소비 수요를 빨아들이는 면세점산업 중심지로 급성장하고 있다. 모건스탠리 리서치는 중국 면세점시장에서 하이난의 매출 기여도가 지난해 24%에서 2025년 49%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와 함께 하이난이 주도하는 중국 면세점시장이 현재 76억달러 규모에서 오는 2025년에는 165억달러 규모로, 배 이상 커질 것으로 관측했다.

코로나19 사태 전(왼쪽)과 후(오른쪽)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구역 이용객이 줄어든 모습. [연합]
코로나19 사태 전(왼쪽)과 후(오른쪽)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구역 이용객이 줄어든 모습. [연합]

▶“중국 보따리상 뺏길라”…벼랑 끝 국내 면세점=중국에 면세점시장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국내 면세점들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국내 면세점은 매출의 70% 이상을 중국 보따리상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가 간 이동이 어려워지면서 중국 보따리상들이 자국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어 국내 면세점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 면세점업계는 제3자 국외 반송을 통해 시장 방어에 나섰다. 제3자 국외 반송이란, 국내 면세점업체가 해외 면세사업자에게 세관 신고를 마친 면세품을 원하는 장소로 보내주는 제도다. 중국 도매법인으로 등록된 중국 보따리상들은 한국에 입국하지 않고도 면세품을 현지에서 받아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관세청은 코로나19로 국내 면세점산업이 직격탄을 맞자 이 같은 제도를 지난 4월부터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롯데·신라·신세계 면세점 ‘빅 3’는 지난 5월부터 중국에 국외 반송을 개시했다. 하루평균 2~7대의 대형 컨테이너물량을 해외로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제3자 국외 반송 매출은 전체 외국인 매출의 절반 수준까지 늘어나 국내 면세점의 주요 수입원이 된 상태다. 업계에선 “코로나19로 일반 관광객 수요가 사실상 소멸한 상태에서 국내 면세점 매출이 제로(0)를 기록하지 않은 것은 제3자 국외 반송 때문”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그런데도 제3자 국외 반송이 국내 면세점업계를 살릴 궁극적 해법은 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정책적으로 자국 면세점을 밀어주면서 한국 면세점에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며 “중국 면세점이 현재 세계 4위에 머무르고 있으나, 자국 수요를 흡수해 매출을 키우면서 전 세계적인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로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