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때 전기차배터리 논의 넘어
전장 반도체·자율주행 등 협력
모빌리티생태계 강화 깊은 대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21일 남양기술연구소 2차 회동은 두 그룹의 사업 협력이 배터리를 넘어 모빌리티 전반으로 확대되는 의미를 지닌다. 지난 5월 1차 만남 당시 미래 전기차 시장의 동력원이 될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날 만남을 통해 양사의 협력이 진일보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모빌리티 시장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 시장으로 급변하면서 양사의 시너지 영역은 급속도로 넓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해석은 힘을 더한다. 여기에는 양사가 전기차 시장의 절대강자인 테슬라의 독주를 견제할 대항마로서 급부상하겠다는 포석도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2차 회동으로 두 그룹은 배터리와 자율주행, 전장 등에서 사업 시너지가 대폭 발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만남에서 이 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이 전고체배터리 논의를 시작으로 자율주행과 전장 등 모빌리티 전반의 산업 생태계와 양사의 기술 경쟁력 등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눈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해준다.
실제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미래 모 빌리티 협력은 배터리 뿐 아니라 자동차 전자장비(전장)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디지털 콕핏, 자율주행 등 전방위로 확장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과 재계의 분석이다. 먼저 전장 반도체는 자율주행차량의 핵심 두뇌로 센서를 통해 주행 정보와 자동차 내·외부 환경 변화를 감지해 각 장치에 전달하는 중추 역할을 담당해 미래차 시장 선점에 필수 부품으로 꼽히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2018년 자동차용 프로세서 브랜드 ‘엑시노스 오토’와 이미지센서 브랜드 ‘아이소셀 오토’를 출시했다. 작년 5월에는 ‘엑시노스 오토 8890’을 탑재한 아우디의 신형 차량 A4 모델이 출시됐으며 테슬라 자율주행시스템인 ‘하드웨어(HW)3’에도 엑시노스 칩을 공급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전장반도체 논의를 위해 이날 김기남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회장과 강인엽 시스템LSI 사장 등 삼성전자의 반도체 수뇌부를 대동했다.
이밖에도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용(ADAS) 반도체, 이미지센서, 인포테인먼트시스템용 반도체, 자동차와 무선통신 기술이 결합된 텔레매틱스 등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도 현대차와의 협업 가능성이 열려 있다.
디스플레이와 전장용 MLCC(적층세라믹캐패시터) 역시 양사가 시너지를 낼수 있는 분야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포르쉐의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공급하는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삼성전자가 인수한 전장전문기업 하만이 공동 개발한 ‘디지털 콕핏’ 또한 양사에 시너지를 안길 수 있다. 디지털 콕핏은 차세대 자동차 계기판을 말한다. 이 시장은 2022년 515억달러로 연평균 8.6% 성장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하만이 보유한 자율주행 역량 또한 이날 만남의 핵심 논의 안건이었다.
양사의 이같은 전방위적 모빌리티 협력은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독주 체제를 강화하고 있는 테슬라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재계는 보고 있다.
테슬라는 배터리 자체 생산을 계획 중이며, 상당 수준에 오른 ‘오토파일럿’ 기능의 자율주행 경쟁력을 통해 향후 전기차시장을 석권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는 상태다. 배터리 부문에서도 테슬라는 최근 중국 CATL과 100만마일(약 160만㎞)을 주행할 수 있는 반영구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이는 국내 배터리 업계에 상당한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래차는 단순히 완성차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전장부품부터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산업적인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다뤄야 한다”며 “결국 전체적인 생태계를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로, 세계적인 전기차를 만드려면 총수가 계속 협업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평가했다.
정순식·천예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