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경찰청법 제정 이후 최초로 해경 내부 출신 청장으로 임명된 후, 속도감 있게 혁신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한편으로는 낮은 자세로 소통해야 한다는 조직문화 개선 두 가지 사명이 주어졌다. 하지만 경위로 임관해 해경생활 25년이 넘다 보니 회의에 참석하면 요즘 유행하는 말로 ‘라떼는 말이지~’라며 내 생각과 주장을 얘기하기 쉬워 스스로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과거의 경험은 소중하지만 때로는 오판하기 쉽다. 그래서 경청은 조직 구성원을 존중한다는 다짐이며 자세이다.
‘라떼’라는 신조어가 자기만의 사고방식을 강요하는 말로 지금의 사회현상을 반영하듯 언어는 역사·사회적 의미를 담아낸다. 레저라는 말은 ‘자유롭게 되다’는 뜻의 라틴어 ‘licere’에서 유래됐다고 하는데, 차츰 ‘허용된 활동’을 의미하는 말로 확장됐다. 언어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몫이고 삶의 투영이다. 바다를 떠올리면 어떤 이는 피서지를 생각하지만 또 다른 이는 삶의 터전을 떠올리는 것처럼, 지금 시대 레저활동은 타인과의 공존, 배려 의미를 부여해야 될 때라고 강조하고 싶다. 배려는 안전을 책임지는 자와 레저를 즐기려는 자뿐 아니라 공동체 모두 경청, 공감이 있어야 한다.
경청하지 않으면 ‘우리 모두 안전해야 한다’는 바다레저 활동 목표는 순식간에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레저산업의 발달로 다양해진 레저기구와 수만가지의 레저활동은 각자 생각과 방식대로 접근하면 온전한 안전을 달성하기 어렵다. 해경은 이미 15년 전 쓰라린 아픔을 가지고 있다. 2005년 5월 15일, 8명의 두 가족이 모터보트를 타고 경기도 화성 입파도에서 출항, 대부도 전곡항으로 향하던 중 김 양식장 밧줄에 스크루가 걸려 모터보트가 뒤집힌 불의의 사고다. 7명이나 사망했던 사건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레저를 단지 개인만의 자유와 책임으로만 판단, 위험을 예측하고 예방관리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당시 해양경찰 조직에는 부족했다.
이제 레저에 ‘배려(함께)’라는 의미를 뚜렷이 새겨 넣지 못한다면 위기는 ‘코로나에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 ‘밀접 선상파티’ ‘대충대충 연안 통제’처럼 안일한 곳을 송곳처럼 뚫고 나와 모두에게 깊고 고통스러운 상처를 남길 것이다.
현장점검 중 잠시 멈춰 해변 모래성을 쌓는 귀여운 아이들을 유심히 바라본다. 모래성을 쌓는 과정에서도 보이지 않는 규칙이 있는 것을 발견한다. 절대로 타인 구역을 침범하지 않고 동생은 형의 인도에 잘 따라준다. 그럼 모래성은 튼실해지고 멋있어진다.
여름바다 수상 레저객들은 해양경찰의 각종 안전에 관련된 법 집행과 계도활동에 때로는 귀찮고 불편하게 느끼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안전은 모래성처럼 조그만 부주의에도 쉽게 허물어져 버리고 다시 쌓아 올리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해양경찰은 위험성을 인지하기 위해 통계만을 의지할 것이 아니라 블로그·인스타그램·유튜브·현장을 상시 모니터링해 수많은 레저활동 중 유의미한 경향을 분석해야 한다. 해양경찰과 관련기관의 노력에 우리 각자가 경청하고 다소 불편한 통제를 기꺼이 수용한다면 코로나로 모두 힘들어하는 이 시기에 바다에서의 레저활동을 통해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확신한다.
김홍희 해양경찰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