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영서 베이징 특파원]15일로 홍콩의 도심점거 시위가 18일째로 접어든 가운데, 바리케이드 철거과정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고 있다. 홍콩 정부의 압박 속에서 시위대가 보여줬던 초반의 결기가 식으면서 이번 민주화 시위가 지지부진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홍콩 ‘우산혁명’은 성공여부를 떠나 그 자체로 역사적 의미를 갖고있다는 분석이다.

▶경찰-시위대 충돌, 수십명 체포=15일 새벽 홍콩 도심 점거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했다. 경찰 수백명 투입되어 바리케이드를 해체하고 도로를 통제했다. 경찰은 시위대와 몸싸움을 벌이면서 해산 명령을 따르지 않는 일부 시위대에게 후추 스프레이를 사용하는 진압 작전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 40여명이 체포됐다고 홍콩언론들은 전했다. 경찰과 시위대 양쪽에 부상자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경찰은 지난 13일부터 시위대가 도심 곳곳에 설치한 바리케이드 철거 작업을 개시했다. 그러나 시위에 참여한 일부 학생은 시위를 중단하지 않겠다며 경찰과 대치해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시위에 참여하는 대학학생회 연합체인 홍콩전상학생연회(香港專上學生聯會)는 도심 점거 시위를 중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세는 갈수록 시위대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홍콩 정부와 중국 시진핑 지도부는 앞으로 협상을 끌면서 시민과 언론의 비판의견을 부추겨 학생들의 내부분열을 노리고 있다. 이를 통해 이번 시위의 공중분해를 시도하고 있다.

▶‘우산혁명’은 역사적 사건=이번 시위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지난 8월 말 내놓은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안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전인대는 행정장관 선거 입후보 자격을 1200명 규모의 후보 추천위원 중 절반 이상의 지지를 받은 2∼3명으로 한정한다는 안을 내놓았다. 홍콩의 범민주 진영을 중심으로 한 시민들과 학생들이 이를 진정한 보통선거로 볼 수 없다며 시위에 나섰다.

지난 9월 22일부터 학생들의 수업 거부가 시작됐고 28일 시민단체 ‘센트럴을 점령하라’(Occupy Central)가 도심 점거 시위를 개시했다.

시위를 주도하는 이들 중 상당수는 1997년 홍콩의 주권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가던 시기를 전후에 태어난 이른바 ‘반환둥이’들이다. 이들은 ‘완전한 보통선거’를 구호로 외치고 있다. 하지만 안으로는 중국의 차별에 대한 불만과 중국화되어가는 홍콩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을 안고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렇지만 시위가 장기화되면서 시위를 지지하던 시민들 사이에선 불만이 커지고 있다. 시위가 홍콩의 관광업 대목인 국경절 연휴를 직격하면서 최소한 3500억 홍콩달러의 경제손실이 발생했다는 추산이 나오고 있다. 경제적 타격을 받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교통체증이 장기화되면서 당초 성원을 보냈던 일반 시민들의 태도가 ‘불만’으로 바뀌고 있는 상황이다. ‘시위를 빨리 끝내라’라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은 것이다.

중국 정부가 시위대의 ‘진정한 직접선거’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없다. 결국 이번 시위는 뜻을 이루지 못한 채 끝날 확률이 높다. 그렇지만 홍콩의 ‘우산혁명’은 그 자체로 역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비(非)정치적 성향으로 유명한 홍콩 시민들이 미래를 위해 정치적· 사회적으로 뭉쳤다는 ‘역사적 사건’은 향후 홍콩 민주화 일정에 있어 중요한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