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2003년 이라크전쟁 직후 미국이 압류하고 있던 140억달러 규모의 이라크정부 현금자산 가운데 일부가 빼돌려져 레바논의 한 벙커에 숨겨져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 자산은 미 정부와 레바논 당국의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아 다시 행방이 묘연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이라크전 직후 이라크 정부 재건을 위해 압류하고 있던 120억~140억달러 규모의 현금자산을 긴급수혈했다. 50억달러 가량이 전산을 통해 계좌이체 됐고 나머지 뉴저지에 있는 뉴욕연방준비은행이 운영하는 금고에 보관된 현금 등 자산이 워싱턴 앤드류스 공군기지를 통해 C-17수송기에 실려 이라크에 전달됐다.
당시 이라크는 공무원에게 월급조차 줄 수 없는 형편이었고 이라크 정부가 자금 지원을 요청하고 유엔이 이를 지시해 막대한 돈이 2003년부터 2004년 전반기까지 일사천리로 이동한 것이다.
그런데 이 자금들 가운데 약 12억~16억달러 가량이 레바논에서 발견됐다. 자금 흐름을 감독하고 조사하던 관계자들은 이라크 정부의 부패를 의심하며 상세한 조사를 원했으나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
이 돈은 원래 유엔이 조성한 이라크 개발펀드로 쓰일 예정이었다. 유엔은 미국 주도 하에 임시합동관리국(CPA) 설립을 요청했고 2004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친구인 스튜어트 보웬을 특별감시관으로 임명, 이라크 내 부패와 예산낭비 등을 조사할 것을 명령했다.
보웬은 NYT에 이라크 정부가 자금 대다수를 사용했지만 일부 자금이 레바논으로 빼돌려졌다며 “이 돈들이 어떻게 레바논으로 이동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알았다면 사건 조사에 더 진전이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보웬은 작전명 2010년 ‘브릭 트래커’(Brick Tracker)를 수행하며 레바논 벙커에 있는 현금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그의 팀원 가운에 레바논 출신의 와엘 엘 제인이 첩보를 입수했고 정보원은 이라크 정부의 것으로 추정되는 2억달러 규모의 금괴와 기타 현금이 이 벙커에 보관돼 있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수십억달러의 자금이 불법적으로 이동했다”며 “우리 통제 하에 놓여있지 않아 사건에 접근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 개인적으론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에 조사 협조를 구했으나 이라크 정부 내부 문제여서 당국은 관심조차 갖지 않았고 레바논 주재 미국 대사관은 위험하다는 이유로 방문을 불허했다. 레바논 검찰도 조사에 협조하는 듯 했으나 벙커 접근을 거절함으로써 흐지부지됐다. 심지어 누리 알 말리키 당시 대통령 정부조차 회수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 사건을 추적하면서 관계당국의 시기에 맞는 적절한 지원을 받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특별감시사무소는 활동을 중단했고 보웬은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갔다. 그는 NYT에 일부가 이동했을 것으로 보고 아직도 벙커에 자금이 남아있을지 얘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