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영서 베이징 특파원]시민과 학생들이 다시 홍콩 중심가로 쏟아져나오면서 홍콩시위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홍콩 정부와 시위대 간의 골이 메워지지 않고있는 가운데 홍콩 당국이 무력진압 가능성까지 경고했다. 중국 정부는 홍콩시민들의 민의를 살피며 저울질을 하고있다.
▶우산혁명이 텐트혁명으로, 장기화 양상=13일 일본 아사히신문은 홍콩 시위가 ‘1인 1텐트’라는 지구전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주말들어 텐트 수가 급증하면서 12일 오전 800여개의 텐트가 펴졌다. 텐트안에서 공부를 하는 학생들의 모습도 보이는 등 장기전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양측의 입장이 팽팽해 해결의 기미가 안 보인다고 전했다. 렁춘잉(梁振英) 홍콩 행정장관은 지난 12일 저녁 TVB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학생들이 다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지만 시위 현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최종적으로 결론이 난다면 최소한의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사퇴를 생각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 “내가 사퇴한다고 해서 사건이 해결되지는 않는다”며 “도심을 점거한 시위대가 요구하는 전인대의 입장을 철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시위대 측은 “렁춘잉 행정장관 측이 시위를 폭력진압했다”면서 “렁 장관이 지난 2011년 호주 엔지니어링 회사 UGL로부터 400만파운드(약 69억원)를 자문료 명목으로 받아챙겼다”면서 전면조사를 촉구했다. 또한 시위대는 ‘정부 청사 재봉쇄 가능성’을 언급하며 맞서고 있다.
렁 행정장관은 인터뷰를 마친 후 13일부터 사흘동안 중국 광저우(廣州)에서 열리는 경제포럼 참석을 위해 광저우 방문을 강행했다.
홍콩 매체들은 “홍콩·마카오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이 광저우에서 렁 행정장관측과 만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렁 장관을 비롯한 홍콩정부 지도부들의 광저우 방문으로 당분간 홍콩 정부와 시위대와의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무력사용 가능성은 민의에 달려=이런 가운데 중국은 홍콩 시위를 ‘동란(動亂)’으로 부르면서 시위대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공산당기관지 런민르바오(人民日報) 해외판은 지난 11일 홍콩 시위를 ‘동란’으로 불렀다. 지난 1989년 4월 ‘톈안먼(天安門) 사태’ 당시 런민르바오는 사설을 통해 학생시위를 ‘반혁명 동란’으로 규정했고 2개월 뒤 군병력이 투입되어 사태가 진압된 바 있다.
13일 베이징의 외교가는 홍콩 시위를 ‘동란’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는 것은 중국 당국이 무력진압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높인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렇지만 중국 정부는 무력사용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홍콩 밍바오(明報)는 홍콩 친중파 의원의 말을 인용해 “중국 정부는 홍콩 시위대 해산 작전에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중국측이 “민의의 지지가 없다면 시위대를 강제 해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앞서 독일을 방문중인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도 10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홍콩특별자치구 정부가 대처능력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해 중앙정부의 직접개입을 삼가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에 메르켈 총리는 “홍콩 시민이 만족할 수 있는 자유로운 의견 교환을 통해 해법이 찾아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인터넷, 휴대전화 등 각종 소셜네트워크, 정보화 기기들이 무력진압의 억제력이 되고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홍콩 민주성향 단체의 한 간부는 “이번 홍콩 시위는 대표적인 정보기술(IT)형 시위”라면서 “25년전 톈안먼사태 시절엔 없던 IT도구들이 무력진압을 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민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시위가 장기화되면서 시위를 지지하던 시민들 사이에선 갈수록 불만이 커지고 있다.
홍콩 택시기사 공회(노조)는 최근 시위대의 도로점거를 풀어달라고 홍콩 경찰에 청원서를 제출했다. 공회측은 시위대가 점거를 풀지않으면 점거지역을 오히려 자신들이 포위해 장애물을 철거하겠다고 경고했다.
도심점거 영향으로 택시기사들의 수입은 30~50%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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