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까지 ‘갭투자 막차’ 수요 이어져
집주인도 호가 높이고 매물 거둬들여
거래허가 구체적 기준은…현장 혼란 예상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이번이 아니면 영영 못 산다는 심리가 있었던 거죠.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본 사람들은 서둘러 계약하고 지켜보는 상태입니다.” (송파구 잠실동 A공인중개사)
서울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에서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된 첫날인 23일, 송파구 잠실동 중개업소 밀집지역은 다소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최근 ‘갭투자 막차’ 수요와 관련 문의가 집중됐다가 전날 오후부터 분위기가 서서히 진정됐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이날 오전 중 중개업소로 걸려온 전화 대부분은 최근 계약 체결건과 관련된 문의였다.
잠실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며칠간 오후 8시까지 일하며 계약서 작성을 마무리했는데, 매수자는 대부분 집도 안 보고 전세 낀 매물을 거둬갔다”며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에서만 지난 17일 이후 단지마다 20~30개씩 매물이 거래됐다”고 설명했다.
이날부터 이들 지역에서 대지지분 면적이 18㎡를 초과하는 주택을 사려면 관할구청 허가를 받고, 바로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상가는 주인이 직접 장사를 해야 하는 게 원칙이다. 전날인 22일이 이런 규제를 피해 사실상 갭투자 가능한 ‘데드라인’으로 여겨지면서 매수자가 대거 몰렸다. 이는 정부가 6·17대책에서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인해 투기 수요가 유입될 우려가 있는 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강남구 삼성동·대치동에서도 막바지 갭투자를 노린 손님이 밀려들었다는 말이 이어졌다. 삼성동 ‘풍림1·2차’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매물 자체가 많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평형별로 1~2개 남은 것마저도 전날(22일)까지 거래가 완료됐다”고 전했다. 이어 “집주인이 막판에 매물을 거둬들인 탓에 한 손님은 종일 대기만 하다가 돌아갔다”면서 “집주인 중에서도 장기적으로 오를 것을 내다보고 ‘끝까지 버티겠다’는 사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대치동 ‘은마’는 토지거래허가제에 더해 재건축 분양권을 받기 위한 2년 실거주 요건 등 각종 규제 속에서도 전날 전용 84㎡의 매매거래가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현금을 조금이라도 덜 들고 사야겠다는 사람들이 전세 낀 매물을 산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지거래허가제 시행 이후 급매를 기다리는 수요도 일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잠실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호가가 2억원 이상 뛴 상태여서 아예 현금을 쥔 사람들은 가격이 더 내리면 기회를 노리겠다고 한다”며 “하지만 입주할 수 있는 물건 자체도 많지 않아 가격 조정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서울시는 이날 토지거래허가제 운용과 관련된 지침을 내놨다. 현재 거래 허가와 관련된 세부 판단은 인·허가권자인 구청장이 맡는다. 일단 주택은 계약부터 입주까지 통상 2~3개월 정도 걸리는 것을 감안해 실거주 목적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다만 ‘일부 임대’ 항목에서 명확한 기준이 없는 탓에 혼란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상업용 건물과 단독·공동주택은 일부 공간의 몇 퍼센트(%)까지 임대할 수 있는지 정해지지 않았다. 구청의 판단에 따라 허가 기준이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각 구청이 임대 상황을 판단해 허가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