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영나)에서 지난 9월 30일부터 열리고 있는 기획특별전시 ‘조선청화, 푸른빛에 물들다’전은 평일과 연휴의 구분없이 관람객들이 넘쳐나고 있다.

한국과 중국, 일본이 소장하고 있는 청화백자 500여점이 공개된 국내 최대 규모의 청화백자 전시로 국보와 보물 10여점도 포함돼 있다.

그런데 전시장 곳곳에는 형태가 주저앉았거나 찌그러짐이 심한 도자기들이 보인다. 가마에서 구워진 도자기가 모양이 흐트러지면 장인이 가차없이 깨어버리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인 데 말이다.

찌그러진 청화백자는 왜 작품일까. 도자기가 일상생활의 식기를 넘어서 작품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일까.

청화백자를 둘러싼 몇가지 의문들을 전시를 기획한 국립중앙박물관 임진아 학예사를 통해 풀어봤다.

▶조선 18세기 ‘구름 용무늬 항아리’와 같은 청화백자의 모양이 흐트러진 이유는? -백자의 한쪽이 내려앉은 것은 굽는 과정에서 비롯됐다. 가마에서 초벌구이를 하고 코발트(청화) 안료로 그림을 그린 후 고온에서 재벌구이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그릇이 높이와 크기를 못 이겨 무너져내린 것이다. 보통 굽는 과정에서 수축이 되고 모양이 다소 이그러지기도 하는게 순수 우리 흙(백토)으로 만든 우리 도자의 특성이다. 이처럼 통상적인 흐트러짐의 범위를 넘은 구름 용무늬 항아리는 엄밀히 말하면 실패작인 셈이다. 하지만 청화 안료도 귀하고, 공들여 그린 그림이 너무 아깝다 보니, 그냥 깨뜨려버리지 않고 금속으로 틈을 메워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그만큼 청화백자가 매우 귀했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한 가치를 높이 사서 이번 전시에서 공개했다.

▶‘나무 인물무늬 항아리’도 모양이 온전치 않아 보이는데.

-나무 인물무늬 항아리는 오히려 ‘통상적인 범주’에 속한다. 가마 속 변수도 있고 우리 백토의 특성도 있지만, 고려청자에서도 이러한 특성이 종종 드러나듯이, 우리 민족이 완벽한 대칭, 완벽히 정형화된 형태를 절대적인 아름다움으로 여겨오지는 않았다.

▶도자기가 일반 식기가 아닌 작품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기준은.

-도자기 뿐 아니라 오래된 유물은 기본적으로 가치가 있지만, 문화재급으로 인정받고 그 중에서도 지정문화재가 되는 것은 유물의 품질, 시대(더 오래된 것), 희소성 등이 두루 고려된다. 고려청자, 조선백자, 조선청화는 대부분 문화재로 인정받지만, 그 중에서도 장식이 훌륭해서 더 잘 만들어진 것으로 평가받기도 하고, 더 오래되고 더 희소한 것일수록 가치를 높게 인정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백자에는 어떤 방식으로 그림을 그려 넣으며 그것이 왜 어려운가. -백토로 빚은 백자를 700도 내지는 800도에서 초벌구이하고 그 위에 청화 안료로 그림을 그린 후 유약을 씌워 1300도 이상에서 구워 마무리하게 된다. 그런데 고체 상태의 코발트를 물에 섞은 후 살짝 구워진 백자 위에 붓으로 그림을 그리다보니 그림 그리는 시간이 길어지게 되면 미리 그린 부분이 그릇에 스며들어 버리거나 이로 인해 애초에 의도했던 선을 나타내기 어려워진다. 또 입체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 평면에 그리는 것보다 어려운 부분도 있다.

▶이번 전시에는 국내 기관들이 보유하고 있는 조선 청화백자 외에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이데미쓰미술관,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 소장의 작품들도 보이는데.

-이번 전시를 위해 일본 3개 기관에서 조선, 중국, 일본의 청화백자를 대여했다. 일본이 조선 청화백자 유물들을 입수하게 된 구체적인 경위와 내역을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대부분 구입 내지 기증을 통한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