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0여 인디게임 개발자들이 한자리에 - 개발 및 생존 노하우 아낌없이 공유
올해 들어 점차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는 인디게임 개발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인디 개발자들을 위한 노하우 공유 및 네트워킹 행사 인디 개발자 서밋 2014가 개최됐기 때문이다. 이 행사에는 인디게임을 개발해 출시한 경험이 있는 개발자 150명이 참석해 서로 노하우를 공유하고 개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현장은 개발자들의 참여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통로에 앉아서 강연을 경청하는 개발자들이 부지기수인데다가, 그 마저도 자리가 없어 밖에서 강연을 들을 정도로 열정적인 개발자들로 가득 찼다. 무려 7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진행된 행사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솔직하고 세부적인 강연과, 핵심을 파고 드는 질문들이 오가는 자리였다. 그들의 7시간을 들여다보자.
인디 디벨로퍼 파트너스(대표 이득우)는 지난 9월 30일 안양 범계역 스마트콘텐츠센터에서 '인디 개발자 서밋 2014'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총 5개 강연과 1개 패널토론으로 구성돼 진행됐다. 오후 1시 이득우 대표의 인사말로 진행된 행사는 오후 8시가 가까운 시간이 돼서야 끝이 났고 약 150명이 넘는 개발자들은 행사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 그 만큼 질 좋은 강연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개발자들의 열정이 돋보이는 행사였다.
'망한 이유부터 돈버는 방법'까지 이 행사가 돋보이는 이유는 강연 내용이다. 첫 강연자의 강연 제목부터 남다르다. '포춘'시리즈를 개발한 장석규 도톰치 스튜디오 대표가 "이렇게 만들면 망한다. 소서리스 오브 포춘 포스트 모뎀"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시작해, 인디게임 개발사에서 법인 회사로 전직한 사례를 공개한 드럭하이의 프로그래머 조영원 씨, 4년 동안 한 인디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이유와 향후 전략을 공개한 '파이드파이퍼스' 임현호 게임 디자이너, '용사는 진행중'으로 국내 시장을 휩쓴 김도형 버프스튜디오 대표의 개발 노하우, 소규모 개발팀으로 3년 동안 글로벌 앱스토어 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매직큐브' 하상석 대표의 성공 전략 등이 공개됐다. 각자 보유한 '생존 노하우'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개발을 진행하는 중 겪었던 어려운 점, 그리고 마켓을 공략하는 방법까지. 하나같이 몸소 체득한 내용들을 전달하는 자리여서 빛이 났다.
실패를 딛고 일어선 사람들 이번 강연자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실패'를 맛본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대부분 몇차례 실패를 한 전례가 있고, 이를 바탕으로 '노하우'를 쌓아 나가면서 성공에까지 이른 사례다. '포춘'시리즈로 인디게임개발업계 스타로 자리매김한 장석규 씨는 그의 작품 '소서리스 오브 포춘'이 그야 말로 쫄딱 망했다. 대중을 노리고 개발한 '퍼즐'게임이기 때문이라고 그는 평가한다. 좀 더 퀄리티를 높이고자 하는 마음에 대사와 외주 번역 작업 등을 시도하다가 개발비 대비 효율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 봉착했다. 그 이후 번뜩 떠오르는 아이디어로 4개월만에 개발한 '미스테리 오브 포춘'이 구글 플레이스토어 유료 부문과 앱스토어에서 정상을 차지하면서 다음 작품을 개발할 여력을 얻었다. 사실상 이번 작품이 실패했으면 회사를 알아볼 상태였다. 버프 스튜디오 김도형 대표도 '용사는 진행중'이 개발되기 전까지 3차례나 실패를 겪었다. 플래피버드나 2048을 오마주한 가벼운 게임들을 출시했지만 수개월동안 매출은 단돈 3만원에 불과했다. 그 이후에 초심으로 돌아가 출시한 게임이 그를 성공케 했다.
조영원 씨는 드럭하이를 운영하면서 2번의 사기와 1번의 소스코드 도난을 당했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게임을 개발 및 보완하면서 아프리카TV와 퍼블리싱에 성공, 현재 안정적으로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단계다. 이들은 하나같이 실패에 굴하지 말 것을 주문한다. 스스로가 그랬듯 한두번 실패에 굴하지 않고 도전하다 보면 언젠가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한다. 한 강연자는 "한 때 밥값도 없어서 건더기가 전혀 없는 카렛가루에 밥을 말아 먹어야 했던 적도 있다"며 "이 때 도전을 멈췄다면 지금의 나는 없을 것"이라고 과거를 회상한다. 도전하지 않는다면 성공도 없다라는 것이 이들의 공통적인 주장이다.
지피지기해야 3할 타자 강연자들은 하나 같이 스스로 잘 할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하라고 조언한다. 욕심을 부리지 않는 선에서 가능한한 게임을 개발해 시장에 도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하상석 대표는 "지금 시장에서도 사실 조금만 하면 1천만원이나 1억원 정도는 충분히 벌 수 있는 분야가 있다"며 "다들 10억을 벌고 싶어서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어 말한다. 팀의 크기나 자원, 실력 등은 고려치 않고 무조건 '많이 벌려고 하는 자세'보다는 할 수 있는 개발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상석 대표는 해외시장에서 그해 베스트 게임을 줄줄이 쏟아낼 만큼 화려한 전적이 있는 인물이다. 그는 "대형 개발사들이 만들 수 있는 게임을 똑같이 개발하는 것 보다, 그 동네(개발사)들은 하기 어렵거나 내놓기 어려운 독특한 게임들을 선보이는 것이 성공 노하우"라며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에 피처드 되는 게임들을 분석하다 보면 어떤 장르를 개발해야 성공할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도톰치 게임즈의 장석규 대표도 비슷한 논조의 말을 전했다. 그는 "대중을 위해 게임을 개발하기 보다 마니아들을 위해 게임을 개발하라"며 "내 게임을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결국 게임을 구매해주는 것인 만큼 꾸준히 팬들을 위해 게임을 개발하고, 그 팬들을 늘려 나가는 것이 성공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시장 규모는 충분 '지금이 찬스'개발자들은 하나 같이 지금이 기회라고 말한다. 특히 유료 어플리케이션 시장이 바로 성공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사실상 무료 어플리케이션 시장은 대규모 마케팅 자금을 투입해야 상위권에 노출이 돼서 게임을 알릴 수 있는 반면, 유료 어플리케이션 시장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상위권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 그 이유다. 특히 현재 유료 시장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진출하기 부담스러운 시장이므로 인디게임 개발자들에게는 일종의 엘도라도와 같은 시장이라고 그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대신 성공을 위해서 일부 고려해야 하는 점도 있다. 가장 먼저 광고 시장의 존재다. 15만 다운로드를 돌파하고 더 높은 곳을 향해 가는 '용사는 진행중'의 경우 한때 광고 매출로만 일 30만원 매출이 발생한 전례가 있다. 한달에 900만원까지 광고로만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셈이다. 1인 개발자 입장에서는 쏠쏠한 수익임이 틀림이 없다. 또, 부분유료화 판매 수익이 의외로 쏠쏠해서 유료 다운로드 대비 부분유료화 매출이 5:5이상 나오는 경우도 종종 존재한다. 대신 안정적인 밸런스를 잡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히 판단해야할 필요성이 있다.
작은 시작이지만 큰 흐름 될 것 행사에 참가한 전 게임 디벨로퍼 매거진 편집장이자 가마수트라 시니어 에디터 '브렌든 셰필드'는 이번 행사에 대해 '제 3물결의 출현'이라고 평가했다. 1세대 게임 개발자들이 자체 퍼블리싱을 통해 게임을 출시하고 점차 성장했고, 2세대에 퍼블리셔들이 출현해 시장을 이끌어 나갔다면 3세대는 인디게임 개발자들이 각자 원하는 게임을 출시하면서 향후 시장을 만들어 나가게 될 것이라는 평가다. 그는 "지금의 퍼블리셔들과 대형 개발사들은 개발비의 압박이나 주가로 인해 새로운 도전을 하기가 쉽지 않은 상태"라며 "인디게임 개발자들이 새로운 모멘텀을 발견하고 시도하면서 점차 새로운 소재들을 발굴하고 또 만들어 나가는 시대가 오면서 시장이 건전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리나라 인디게임 개발자들은 아주 적은 규모로 출발하지만 전 세계를 뒤흔들만한 잠재력이나 능력이 있다고 브랜든은 말한다. 과연 그의 예언이 옳을까. 국내 인디게임 개발자들을 주목해 보자.
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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