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집단감염 관련 성소수자 혐오 이어져
“집단 대한 공격성, 방역에는 악영향”
丁 “자진검사 기피 시 피해는 사회로”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최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 클럽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의 원인으로 인터넷 등에서 성소수자가 지목됐다.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인 17일에도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는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혐오가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성소수자들로 하여금 자진 신고와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는 전날(16일)보다 13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7명은 해외 유입이었다. 나머지 6명은 국내 발생 사례로, ‘이태원 클럽’들을 중심으로 발생한 집단 감염이 발생하며 주춤하는 모양새가 나타났다. 지난 16일(19명)에는 9일(18명) 이후 1주일 만에 신규 확진자 수가 10명대로 떨어지기까지 했다. 이에 따라 국내 누적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총 1만1050명이다.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한 이태원 클럽들이 성소수자 클럽으로 확인되면서, 온라인상에서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도 이어졌다. 지난 15일 이태원 클럽발 집단 감염 관련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에 네티즌들은 ‘이성애자가 자연스럽다는 분위기가 아니라, 그게 자연의 이치’, ‘성소수자는 기계로 따지면 고장난 것’, ‘성소수자가 아니라 변태 성욕자 아닌가’ 등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내용을 댓글을 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성소수자 혐오가 자진 신고와 자발적 검사가 중요한 방역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방역에 필요한 건 확진자가 방문한 장소와 그 시간대만 있으면 되는데 그 이외의 정보가 노출되면서 오히려 역효과가 나고 있다”며 “역학조사를 철저히 해야 하는데, 프라이버시 침해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신고를 안 하고 숨게 되면 방역에는 도움이 전혀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캠페인이나 홍보를 통해 최대한 검사를 하러 들어올 수 있게 하는 방법 밖에 없다”며 “(프라이버시 침해, 아웃팅 등)불이익을 전혀 당하지 않게 하겠다고 꾸준히 알리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도 “일상에도 혐오가 존재하지만 비상 시엔 더 강화된다”며 “지금 같은 비상 재난 상황에서 사람들이 무엇보다 생존 본능이 발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나와 조금만 다르더라도 집단화해서 그 집단을 혐오하는 것은 멀리하고 기피함으로 내가 살아남으려는 본능”이라면서도 “개인이나 집단이 공격성에 노출되면 위축되거나 숨는 심리가 생기므로 이는 자발적 검사, 자진 신고가 필수적인 방역엔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정세균 국무총리도 지난 1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특정 커뮤니티에 대한 비난은 적어도 방역의 관점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확진자를 빨리 확인하고 격리 조치해 2·3차 감염을 최소화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밀폐된 공간에서 가까이 오래 있으면 누구나 감염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며 “접촉자가 비난을 두려워해 진단 검사를 기피하게 되면 그 피해는 우리 사회 전체가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