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TV조선 ‘미스터트롯’의 서혜진 PD(현 제작본부장)는 “‘미스터트롯’은 작가의 프로그램이다”고 했다. 그만큼 작가의 프로그램 개입도가 높다는 말이다.
최근 인터뷰를 위해 만난 ‘미스터트롯’의 기획 크리에이터인 노윤 메인 작가는 “작가들은 자신이 맡은 출연자들과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에 거의 17~18시간씩 붙어지낸다”고 했다. 작가들은 출연자를 관찰하고 대화하며 스토리를 뽑아낸다. 아니 짜낸다.
그런 과정에서 한 작가가 SNS에 “내 새끼”라는 표현을 써 편애논란이라는 오해를 낳았다. 그런 식으로라면 한 작가당 새끼가 30명 정도는 된다고 했다. 작가들도 출연자들이 탈락과 진출할때 그들과 똑같은 감정을 경험하게 되고 프로그램이 끝나면 거의 방전되는 수준으로 감정의 기복이 크게 나타난다고 한다.
노윤 작가는 ‘미스터트롯’의 메가 히트에 대해 “결과가 너무 좋게 나타나니까, 내가 이만큼 노력한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대적 정서, 분위기와 잘 맞은 것 같다. 우리는 숟가락을 얹어 프로그램이 날개를 단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겸손하게 말하면서도,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게 된 본질을 하나하나 설명해나갔다.
“‘미스터트롯’은 참가자의 본성을 어떻게 하면 건드릴 수 있을까를 연구했다.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은 100명이 나와 한 명을 찾아가는 프로그램이다. 노래는 결과물이다. 노래와 퍼포먼스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어떤 본성이 나올까? 미션을 통해 이런 감정을 어떻게 소구할 건지 시뮬레이션했다.”
노 작가는 “무대 감정이 극대화되면 실수건, 괴력이건 무엇이건 나온다. 무대에 올라와 소변이 마렵다고 한 참가자도 리얼이다. 체면이고 뭐고 없는 상황이 나온다”면서 “임영웅의 ‘바램’처럼 정갈한 노래도 나온다. 그러면서 한사람씩 드라마가 나온다. 우리는 감정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어차피 드라마는 그들이 써나간다”고 말했다.
또한 노 작가는 “TV매체는 유튜브, OTT에 비해 40~60대의 중장년이 주 타겟이다. 여기에 젊은이들이 붙을 수 있게 기획했다”고 전했다.
“‘미스터트롯’을 보면서 아직도 TV 매체의 유효한 시장이란 걸 발견한 게 반갑다. 기획단계에서 ‘젊은 애들이 볼까?’라는 생각을 서혜진PD와 많이 했다.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은 엄마가 죽으라고 보면 자식이 한 명 정도는 들어올 것이라는 점이다. 엄마를 미치게 하면 ‘우리 엄마가 뭐에 빠져있는 거야’ 하면서 들어올 것이다. 이를 송가인을 통해 확인했다. 그런 점에서 ‘미스터트롯’에 신동부와 유소년부를 만든 것도 신의 한 수라고 생각한다. 이찬원, 정동원, 남승민등을 통해 젊은이들의 언어, ‘너의 세대 이야기야’라는 점도 부각시켜 층을 넓혔다”
노 작가는 ‘미스터트롯’ 제작진이 강조한 또 한가지는 공동체 정신이라고 했다.
“누가 1등 할 지는 모른다. 1등만이 아닌, 100명도 잘돼야 한다. 혼자 만드는 프로가 아니다면서 공동체를 강조했다. 나 혼자가 아니라 관계에서 나오는 거다. 팀미션에서 우정과 유닛 정신을 강조했다. ‘1등할 거야’는 기본적인 본능이고, 이 판이 재미있어야, 이 분위기가 좋아야 한다. 97등을 하고 떨어지더라도 이 판이 재미있으면 어디선건 97등 했다고 명함을 내놓을 수 있다.”
노윤 작가는 참가자들에게서 느낀 점과 비하인드 스토리도 들려주었다. 특히 임영웅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예선에서 임영웅은 기대감이 별로 없었다. 외모도 강렬하지 않았다. 자극이 전혀 없어 다소 밋밋하게 느껴졌다. 오디션 공식에는 그렇게 잘 맞는 것 같지 않았다. 노래도 내가 아는 ‘바램’을 불렀다. 너무 담담하게 불렀다. 그런데 잘 울지 않는 내가 휴지를 들고 닦고 있었다. ‘이상하다. 되게 힘이 있네’ 내가 듣고 울 정도면, 어디까지 갈수 있을까가 궁금했다. 방송이 나가면서 놀라울 정도로 반응이 나오더라.”
이찬원에 대한 인연도 각별했다. 노 작가는 “내가 ‘스타킹’ 작가를 할때 이찬원이 나왔는데, 나는 기억을 못했는데, 찬원이는 날 세세하게 기억하는 걸 보고 놀랐다”면서 “신동부를 만들때 스타킹 출연자들이 포함됐다. 김희재 양지원 김희재 등이다. 스타킹 때는 TV 출연이 목적이다. 강호동도 만나고. 10년쯤 지나니 이들이 사회에 진출할 나이가 됐다. ‘스타킹’에서 재롱잔치를 하던 친구들을 우리가 책임지는 느낌이 들어 뿌듯했다. ‘미스터트롯’이 이들에게 사회에 진출할 창구로서 역할을 한 것 같았다. 자기결정권이 없는 아이들을 성인들이 1회용으로 소비하고 마는 게 아니라는 점을 알려주었다.”
영탁과 노 작가의 인연은 ‘스타킹’과 ‘히든싱어’ 작가때다.
“영탁은 ‘히든싱어’ 휘성편에 나왔는데, 가난한데 잘 풀리지 않는 이미지였다. 이번에도 예심장에서 영탁이 발라드를 불렀는데, 크게 기대 하지는 않았다. 힘드니까 또 기회를 찾으려고 왔나 보다 라고 생각했다. 예심장에서도 조금 약했다. 그런데 음악 욕심을 부리는게 아름다워 보였다. 이런 친구는 기회를 줘도 괜찮은 거 아닌가? 영탁은 그동안 감정을 보여준 경험이 많으니까 오디션에서 바로바로 터뜨렸다. 오디션은 공평하다. 영탁처럼 터뜨리면서 자기 역할을 찾아가는 게임이다. 제작진이 하라고 해서 하는 게 아니다. 영탁은 참가자중 자신을 어필하면서 나가는 걸 가장 잘했다.”
노 작가는 김호중을 ‘트바로티’로 칼러가 다르고 독특해 대중에게 새롭게 다가갈 수 있고 결승까지 갈 것이라고 예측했다고 한다. 장민호와 김희재에 대해서도 한마디씩 했다.
“장민호는 나름 자리를 잡은 친구라 초반만 해도 신선하지 않았고, 시청자 반발도 있었다.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해 불안해 하기도 했다. 그런데 착한 심성이 나오더라. 내려놓더라. 자기가 형이니까 애들을 엄청 챙겼다. 사람들이 장민호의 진가를 알아봐줬다. 정동원과의 파트너 미션도 그런 생각으로 하니, 시너지가 나왔다. 김희재는 잘하지만 튀는 스타일이 아니라 불리했다. 초반에 잘 안보였다. 스토리 라인을 만들지 않았고, 군대에 있어 연습도 많이 못했다. 하지만 역시 실력이 있었다. 잘 띄지 않아도 마스터의 평가가 좋았다.”
마지막으로 정동원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동원이는 본심을 통과하면 결승에 갈 것 같았다. 아이라는 특수 캐릭터지만 노래를 잘한다. 가수로 인정하고 나면 노래를 잘 하는 게 보였다. 동원이는 타고난 영재다. 단순히 가수가 아니라 연예인 피도 가지고 있어 활동 폭이 넓을 것이다. 뭐가 되도 될 것이다. 앞으로 선생을 잘 만나야 한다. 기획사이건 인생 선생이건, 멘토건. 너무 똑똑한 아이라 자신이 가진 걸 훼손하지 않고 잘 발휘하게 해줬으면 한다. 그 점에서는 형들이 잘해줬다.”
원래 교양 작가였던 노윤 작가는 방송국을 오가며 교양 PD였던 서혜진 PD를 만났다. 서혜진 PD가 먼저 예능국으로 갔다.
“서혜진 PD가 나에게 예능으로 오라고 했다. 앞으로 나의 시대가 올거라면서.시대적 흐름이 예능인 위주에서 감동, 위로로 간다고 했다. 그 전에는 KBS ‘위험한 초대’ ‘공포의 쿵쿵따’ 같은 예능이 휩쓸고 갔다. 이제 일반인 예능이다. 감동과 자연스러움이 중요하다고 했다. 시대적 정서와 분위기를 잘 탄 것 같다.”
노윤 작가는 “처음에는 예능국에 가면 교양과 법칙이 다른 데 과연 될까? 뭔가 할 건 많은 것 같지만, 주철환 PD가 예능은 3초에 한번은 웃겨야 한다고 했는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새로운 곳에 갔다”면서 “교양작가를 하면서 일반인을 보여주는 데는 자신이 있었다. 일반인은 예능에 접근하는 게 쉽지 않다. 일반인으로 TV물을 만들어 팔리는 상품으로 내놓기는 어렵지만, ‘스타킹’으로 연착륙했다. ‘스타킹’은 결이 다양하다. 사연만으로 되는 사람도 있다. 그들의 인생 코드가 독특한 강점이다. 장기, 기인, 기예 등 천차만별의 특성과 재주가 웃음과 감동을 준다. 일반인은 연예인보다 존재감이 덜하지만, 인위적이고 않고 자연스럽다. 나는 교양작가를 하면서, 원천 소스를 들여다보는데 익숙하다. 그것을 예능과 접목했다”고 전했다.
그렇게 해서 노윤 작가는 ‘스타킹’뿐 아니라, ‘히든싱어’시즌1~5, ‘팬텀싱어’시즌1~3,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 ‘선다방’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아내의 맛’ ‘뽕따러 가세’의 메인 작가를 했다. 대다수가 성공한 프로그램이다. 지난 연말에는 작가들이 가장 받고 싶어한다는 한국방송작가협회가 주는 2019 예능작가상을 ‘미스트롯’으로 수상하기도 했다.
서병기 선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