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를 맞은 금융 시장에 지각변동이 감지되고 있다. 워렌 버핏 등으로부터 ‘미친 이론’이란 비난을 받았던 변방 비주류 이론 ‘현대화폐이론(MMT·modern monetary theory)’이다. 코로나 사태가 없었다면 여전히 비주류로 남아있을 개연성이 큰 이 이론의 핵심은 ‘무제한 화폐 발행’을 하더라도 국가 경제는 큰 문제 없다는 주장이다. 기존 주류 경제학에선 정부의 지출은 세수를 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는데, 이를 완벽하게 뒤집어 극단적으로 돈을 풀어도 된다는 주장이 MMT의 요체다. 그렇다고 모든 국가가 무제한으로 화폐를 발행해도 문제가 없다는 주장은 아니다. 미국 일본 등 소수 국만 가능하다.
국내에서도 ‘미국이 MMT의 길로 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NH투자증권은 4월 보고서에서 미국 정부가 인프라투자에 나서는 단계가 MMT 종국의 목표일 것이라며, 미국은 이미 MMT의 길로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MMT 이론이 주목받는 것은 이전에 인류가 단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통화 정책이기 때문이다. 배경은 제로를 넘어 이미 마이너스에 들어선 금리 탓에 금리 인하를 통한 돈 살포가 불가능해졌고, 돈은 더 필요한 상황이며 따라서 국가 신용을 바탕으로 무한 재정 정책을 펼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로 전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는 사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통화 실험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현재까지로선 MMT의 큰 부작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일단 무제한 달러(2.2조달러+2조달러)를 찍어내는 미국 정부의 재정정책 발표 이후에도 달러화 가치는 폭락하지 않고 있다. 도리어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평가되던 금의 가격은 떨어지고 달러화 가치는 높아지는 기현상마저 일어나기도 했다. 또한 MMT의 최대 취약점인 ‘급격한 인플레이션’도 현재까지는 없다. NH투자증권은 지난 10년동안 양적완화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은 오지 않았다는 점을 MMT가 부작용 없이 실현 가능한 이론이 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한국 상황도 MMT 가능성의 단초로 해석된다. 한국 정부는 지난 3월 미국과 600억 달러 규모의 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후 증시와 원달러 환율이 안정됐다. 국내에선 미국을 향해 ‘역시 큰형님’이란 표현이 등장했고, 정부 부처에선 스와프 계약 체결의 성과를 두고 누구의 공이 크냐는 경쟁이 붙기도 했다. 따지고 보면 미국은 종이에다가 잉크만을 발라서 찍어내는 작업을 열심히 했을 뿐인데도, 여전히 달러화의 가치는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 하고 있다. 기현상이다.
국제 통화 체제 변화는 전쟁 등 전 지구적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바뀌어 왔다. 금본위제(금1온스=35달러)인 브레튼우즈체제가 결정됐던 때는 2차대전 종전 직전인 1944년이었고, 더이상 달러를 가져와도 금으로 바꿔 주지 않겠다는 ‘닉슨쇼크’는 미국이 베트남전에서 패한 뒤인 1971년의 일이다. 전쟁에 준하는 전 지구적 중대 위기인 ‘코로나19’ 사태 역시 통화 체제의 주요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릿지워터어소시에이츠의 창립자 레이 달리오는 지난해 “MMT식 경제정책 도래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MMT 시대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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