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포츠팀= 남화영 기자] 내년에 골프계의 최고 영예인 ‘명예의 전당(Hall of Fame)’에 헌액될 사람이 팀 핀쳄까지 3명으로 정해졌다. 지난달 12일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선정된 데 이어 지난 17일에는 메리언 홀린스, 20일에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커미셔너를 지낸 팀 핀쳄, 23일에는 수지 맥스웰 버닝(이상 미국)까지 추가되었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영역에서 최고를 찍고 골프사에 영향을 준 인물들이다. 가장 먼저 결정된 우즈는 명예의 전당 심사위원회 투표에서 75% 이상의 찬성표를 얻었다. PGA투어 최다승 타이 기록인 통산 82승에 지난해 마스터스 우승으로 메이저 15승을 거둔 우즈는 45세가 되면서 조기에 헌액됐다. 지난해 입회 자격이 만 45세로 5살이 낮춰지면서 가능했다. 원래 입회 자격은 40세부터였다. 필 미켈슨(미국), 비제이 싱(피지), 어니 엘스(남아공)이 헌액된 뒤에는 현역 선수가 너무 일찍 전당에 든다는 의견이 높아 2016년 50세로 올랐다가 45세로 낮춰졌는데 그게 우즈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나머지 세 사람은 어떤 업적을 세웠기에 위대한 골프의 제단에 오르게 된 것일까 살펴보자.
메리언 홀린스: 만능 스포츠 우먼 심의위원회는 우즈와 함께 올릴 선수는 찾지 못했다. 대신 여성인 홀린스를 사후 76년 만에 찾아냈고, ‘골프 공헌자’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1892년생인 홀린스는 시대를 앞서간 여성이자 만능 스포츠우먼이었다. 골프뿐 아니라 승마, 자동차 경주에도 능했다. 골프는 1921년 US여자아마추어선수권을 우승했고, 1932년 처음 열린 영국과의 골프 팀 대항전 커티스컵에서 미국대표팀 단장 겸 선수로 활약했다. 텔레그래프의 개발자인 사무엘 모스의 조카였던 홀린스는 골프장 개발자이기도 했다. 캘리포니아 인근에 땅을 사들여 당시 유명 설계가인 세스 레이노에게 설계를 맡겼다. 하지만 레이노가 중간에 사망하자 홀린스는 미국에 알려지지 않았던 스코틀랜드 출신의 알리스터 매킨지를 고용해 사이프러스포인트 설계를 맡겼다. 당시 코스를 조성할 때의 일화가 있다. 바다 건너 치는 그 유명한 파3 16번 홀을 만들었는데 파3로 하기에는 너무 멀고, 파4로 하기에는 너무 가까운 듯했다. 그러자 홀린스가 티잉 구역에서 샷을 했는데 그게 정확하게 그린에 멈췄다. 그리고는 두말 없이 현재의 홀이 확정되었다. 태평양에 면한 이 코스를 완공하자 친분이 있던 보비 존스가 코스에 반했고, 매킨지를 소개해서 조지아에 오거스타내셔널 골프장을 설계하도록 했다. 홀린스는 여성 권리 찾기 운동에도 앞장서 롱아일랜드에 여성 전용 골프, 테니스 클럽을 만들었다. 시대를 풍미한 코미디언 찰리 채플린, 스펜서 트레이시 등 당대 유명 배우들과도 친분이 깊었던 그녀는 1944년 51세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팀 핀쳄: 투어의 마이더스 손 심의위원회는 20일에는 올해 73세인 핀쳄을 명예의 전당의 ‘공헌자’ 부문에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1994년 딘 비먼에 이어 커미셔너에 오른 핀쳄은 2015년까지 22년간 재직하면서 PGA투어를 엄청난 금액의 TV중계권을 받는 황금을 낳는 투어로 발전시켰다. 물론 투어가 발전한 데는 타이거 우즈의 인기가 전적으로 기여했으나 그의 행정력도 뛰어났다. 변호사 출신인 핀쳄의 리더십으로 여러 가지가 만들어졌다. 1995년에 2년 주기의 미국과 연합국 팀 매치인 프레지던츠컵을 창설했고, 1999년에는 세계 프로골프 투어 소속 선수들을 한데 모아 치르는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시리즈를 창설했다. 2007년에는 시즌 플레이오프 우승자에게 주는 보너스 상금 1천만 달러를 주는 페덱스컵을 만들었다. 하는 등 프로골프 발전에 공을 세웠다. 또한 미국투어 밑으로 라틴아메리카, 중국, 캐나다에 3부투어를 만들면서 PGA투어를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그의 선정에 대해서 비판도 있다. 골프전문지 <골프위크>는 ‘2년 전에는 최종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던 핀쳄이 이번에 홀린스와 함께 공헌자로 오른 건 과하다’ 면서 ‘명예의 전당에는 선정된 사람에게 골프의 좋은 기억이 있어야 하는데 그는 우즈의 인기에 편승했고 좋은 시절을 누렸을 뿐’이라고 촌평했다.
수지 맥스웰 버닝: 유리천장 깨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을 세 차례나 제패한 수지 맥스웰 버닝(78)이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심사위원회는 ‘2021 클래스 여성 부문에 버닝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1968년 US여자오픈과 당시 메이저였던 웨스턴오픈에서 메이저 2승을 시작으로 1972, 1973년에도 연속 US여자오픈 정상에 오르며 이 대회에서만 3승을 기록했다. 버닝은 두 딸을 키우면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고 LPGA투어에서 통산 11승을 거뒀다.버닝은 ‘유리천장’이라는 여성의 장벽을 깬 선수이기도 했다. 남자 선수들만 우글거리던 오클라호마시립대에 장학생으로 들어갔다. 당시 대학 코치는 대학간 시합에서 그의 이름을 S.맥스웰이라고만 적어냈다. 코스에서 막상 여자 선수와 맞닥드린 선수들은 항의도 했으나 버닝은 실력으로 남성과 당당히 겨뤘던 인물이다. 선수를 은퇴하고나서 니클라우스 플릭 골프스쿨 프로로 일하면서 티칭계에서도 인정받았다. 마이크 완 LPGA투어 커미셔너는 그녀의 선정에 관해 "아마추어와 투어에서의 업적을 볼 때 충분히 전당에 오를 만한 인물"이라면서 "가정을 지키고 선수생활을 이어간 훌륭한 사례로도 본받을 만하다"고 평가했다.
아시아에선 5명 한국은 박세리 1974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골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남자는 121명에 달한다. 1951년을 시작으로 여성은 39명이다. 한 번 선정할 때 너덧 명을 선정하고 최근에는 2년에 한 번주기로 헌액자를 발표한다. 여성들의 헌액이 1951년에 시작되는 등 남자들보다 이른 것은 1951년에 조성된 LPGA 창립자들을 기리는 여성 명예의 전당이 1998년에 만들어진지면서 설립 취지를 그대로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에는 남자로는 레티프 구센(남아공), 오거스타내셔널 회장을 지낸 빌리 페인, 장애인 골퍼 데니스 월터스까지 3명에, 여자로 페기 커크 벨, 호주 출신의 프로골퍼 얀 스테븐슨이 선정된 바 있다. 매년 선정하지도 않는 이 리스트에서는 지금까지 160명 중에 미국인은 모두 97명에 달한다. 한국인 중에는 LPGA 메이저 5승에 통산 25승의 박세리가 지난 2007년 명예의 전당에 유일하게 올랐다. 그밖에 아시아인 중에는 여자로는 2003년에 일본의 히구치 히사코와 2005년에 오카모토 아야코가 헌액됐다. 남자 중에는 2004년에 일본의 이사오 아오키 일본프로골프협회(JGTO)회장이 2011년에 ‘점보’ 마사시 오자키가 헌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