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기은 100% 미만
외국계 대비 절반 이하
전년대비 순이익 줄일듯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원으로 대출이 급격히 증가한 시중은행들이 1분기 실적에 충당금 규모를 크게 늘릴 전망이다. 당장 대출 부실 우려가 크지는 않지만, 비교적 코로나19 피해가 제한적인 1분기에 만약에 대한 대비를 해두려는 의도다. 일부 국내 은행들의 충당금적립비율은 외국계의 절반 수준에도 못미친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은행들의 충당금적립비율은 대체로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00%를 상회한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국민은행은 129.83%, 우리은행은 121.81%, 신한은행은 115.93%, 하나은행 94.13% 순이다. 중소기업 지원에 특화된 기업은행은 89.05%다.
상대적으로 건정성 관리에 보수적인 외국계 은행은 충당금적립비율이 월등히 높다. 씨티은행은 197.94%, SC제일은행은 163.06%다.
대손충당금적립률은 부실위험에 대비한 대손충당금을 고정이하여신(NPL)으로 나눈 백분율로, 100% 이상 유지돼야 자산건전성을 확보했다고 평가된다.
은행권은 지난 2월 7일부터 2개월 간 중소기업·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약 21조원의 신규대출·만기연장·금리감면 등을 실시했다. 30조원 규모로 운용될 채권시장안정펀드와 증권시장안정펀드에도 출자한다. 대부분 담보와 보증 등의 안전장치가 있지만, 전체 위험액 자체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월별 소상공인 정책자금 연체율(2016~2020년 3월)’에 따르면 지난달 말 연체율은 8.7%로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체율이나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통상 실물경기에 후행한다. 코로나19 지원 여신 부실이 나타난다면 아무리 빨라야 2분기 실적부터다. 결산 중인 1분기 실적에는 코로나19로 늘어난 대출 실적만 잡힌다. 코로나19로 인한 부실이 반영되지 않을 은행권 1분기 실적은 역대급이 예상된다. 곳간이 두둑할 때 미리 충당금을 쌓아 향후 실적 부진에 대비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1분기 실적 집계를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당장 수치로 확인되는 부실은 나타나지 않은 상황”이라며 “다만 금융지원을 위해 실행된 대출이 상환될 때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대응을 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의 1분기 순이익 규모는 지난해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은행들의 1분기 실적을 살필 때는 충당금 전입전 이익규모와 충당급 적립비율의 변화를 함께 살필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