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포츠팀= 남화영 기자] 충남 천안에 위치한 우정힐스 컨트리클럽(CC)이 국내 골프장 중에서는 처음으로 대회를 기념하는 코오롱 한국오픈기념관을 개관했다. 지난 3월 중순 골프장 개장과 더불어 우정힐스 10번 홀 티잉 구역 뒤 예전 스타트하우스 자리에 조성했다. 이 기념관은 일반인들도 요청하면 언제든 볼 수 있게 무료로 개방한다고 한다고 하니 반갑다. 1958년부터 시작된 내셔널타이틀 골프대회인 한국오픈의 역사를 담은 기념관에는 대회 트로피는 물론, 우승 재킷과 선수들의 사인물품, 한국오픈을 통해 디오픈(The Open)에 참가한 선수들의 디오픈 깃발 등을 전시한다. 또한 지난 62년간의 대회 역사와 함께 해온 사진과 영상을 통해 한국오픈의 역대 명장면들을 다시 볼 수 있다.기념관 내 마련된 키오스크에서는 한국오픈의 역사와 연도별 대회의 이슈, 로리 매킬로리, 리키 파울러, 버바 왓슨 등의 해외 스타플레이어들과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들이 한국오픈에서 활약한 자료와 하이라이트 영상 등을 간편하게 감상할 수 있다.
대회 역사 기념관은 국내 처음 골프대회를 기념하는 공간을 골프장 안에 조성한 것은 우정힐스의 한국오픈기념관이 국내 골프장 중에 처음이다. 우선 이 대회가 62년의 역사를 지닌 내셔널타이틀 대회여서 가능했다. 한국오픈은 지금껏 10개의 골프장을 옮겨 다녔으나 우정힐스가 최장인 17년간 개최했다. 최초 개최한 서울컨트리클럽은 현재 서울대공원 자리에 있었던 군자리 코스에서 15년간을 개최하고 고양시 서울한양컨트리로 옮겨가서 다시 15년을 개최했다. 그밖에 뉴코리아, 태릉, 관악컨트리 등에서 개최했으나 2003년부터는 우정힐스에서만 열리고 있다. 디오픈의 명소인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 옆에 골프박물관이 세워져 있어 전세계 골프 여행객을 맞는다. 아시아와 일본의 최고 코스로 여겨지는 고베시 히로노 골프장에도 클럽하우스 옆에 박물관이 있어 일본오픈 트로피 등이 보존된다. 일본 황실과 연관이 깊은 도쿄컨트리클럽에도 클럽하우스 한 공간을 골프 박물관으로 만들었다. 미국에는 마스터스를 개최하는 오거스타내셔널은 클럽하우스와 프레스빌딩에 각종 대회 유물을 전시한다. 제네시스인비테이셔널을 개최하는 캘리포니아의 리비에라CC 클럽하우스에도 오랜 대회 개최 유물을 전시해두고 있다. 대회 기념품과 유물은 골프장의 오랜 역사와 함께 대회를 기억하게 하는 좋은 소재가 된다.
이동찬 회장의 운영 철학 올해 한국오픈 기념관이 세워진 건 단지 이 대회가 최고 대회이고 우정힐스가 대회를 가장 오래 개최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골프장 설립자의 한국 골프업에 대한 깊은 애정과 그 뜻을 잘 받드는 골프장 종사자들의 정성이 합쳐서 가능했다. 물가에 있는 소, 우정(牛汀). 이동찬 대한골프협회(KGA) 전 회장이자 코오롱 명예회장의 아호다. 호수가 있고, 소가 살고 있는 계곡이 우정힐스다. 그 말대로 우정힐스는 이 회장의 자취가 곳곳에 숨어 있다. 나무 한 그루마다 이 회장의 정성이 담겨 있다. 골프장 개장 이듬해부터 골프장과 인연을 맺은 이정윤 대표가 기억하는 설립자의 일화가 있다. 1993년 개장하면서 15번 홀에는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소나무 두 그루가 있었다. 2003년에 한국오픈을 준비하면서 이 회장은 울창해진 두 그루를 옮기라고 지시하면서 말했다. “나무가 자라면 나중에 옮기려고 심어둔 거야.” 13번 홀은 설계자인 페리 O. 다이의 코스 특징이 잘 나타난 아일랜드 홀이다. 설계자 다이는 부친인 피트 다이의 작품으로 물 위에 그린만 떠 있는 미국 TPC소우그래스 17번 같은 홀을 만들려 했다. 하지만 이 회장이 반대했다. ‘그린만 남기는 건 너무 야박하다’는 것이다. 옆으로 벙커를 조성하고 그린 에지를 다소 넉넉하게 두었다. 그 결과 13번 홀은 좀 잘못 치더라도 넉넉하게 받아주는 인간적인 홀로 변모했다.
명문, 신뢰 전통을 지키는 곳 이 대표는 설립자인 이 회장의 코스 운영 철학을 ‘명문’과 ‘신뢰’, ‘전통’으로 정리한다. 비록 설립자는 세상을 떠나고 없지만, 후반 코스의 스타트하우스를 철거하지 않고 역사관으로 변모시킬 수 있었던 던 설립자의 뜻을 받든 것이 가장 큰 배경이다. 이 회장이 골프를 시작한 것은 마흔을 갓 넘겼을 때였다. 두 달 정도 레슨 받고 바로 필드(서울CC)에 나가 남들은 수년이 걸려도 힘든 100타를 단 번에 깼다고 한다. 그가 골프계와 본격적인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1985년 KGA 회장에 취임하면서부터다. 그리고는 1989년 골프용품 브랜드 엘로드를 만들었고, 이듬해 한국오픈에 주최사로 참가했으며 골프 꿈나무 육성을 위해 학생골프대회도 창설하게 된다. 엘로드를 낸 계기도 재미있다. 그가 일본의 한 골프대회 프로암에 초청받았다고 한다. 라커룸에서 일본제 양말과 장갑을 기념품으로 받고는 “뭐 대단한 것도 아닌데 양말까지 일제를 쓰나” 생각한 그는 당시 골프시장을 휩쓸던 일제 골프 제품 시장이었지만 적자 볼 생각을 하고 만들게 됐다고 한다. 이동찬 회장은 이후 대회 육성과 선수 지원에 정성을 쏟았다. 엘로드배학생골프선수권대회와 코오롱한국오픈을 통해 대회를 육성했고 케빈 나(나상욱), 안시현, 최광수, 강욱순 등 한국을 대표한 프로 선수들을 후원했다.
최고의 선수를 가리는 코스 오늘날 우정힐스는 국가대표 훈련장이면서 큰 대회를 앞두고 실력을 최종 점검하는 코스로 활용되고 있다. 우정힐스가 한국을 대표하는 대회인 한국오픈을 최고의 시험 무대로 만들기 위해 꾸준하게 코스를 개선해은 점은 국내 코스들에 귀감이 된다. 예컨대 2004년 제47회 대회를 앞두고 평균 타수 4.8타로 가장 쉬운 홀이던 494야드 파5 11번 홀을 이듬해 파4로 바꾸었다. 국내 골프대회에서 최초로 파71 코스로 경기를 치렀다. 홀의 별칭인 ‘To Be or Not To Be(죽느냐 사느냐)’이 이 홀의 난이도는 그해는 4.65타가 되면서 가장 어려운 홀이 됐다. 해외 메이저 대회들은 파70 코스에서도 대회를 열지만 국내 코스들은 아직도 ‘대회 코스는 파72’라는 도그마에 갇혀 있는 경우가 아직도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003년 한국오픈을 개최할 때부터 US오픈이나 미국프로골프(PGA)투어가 열리는 코스 세팅을 추구했다. 무려 석 달 전부터 코스 관리에 들어간다. 2004년에는 러프가 길어 초청된 어니 엘스도 혀를 내둘렀다. PGA투어에서 드라이버로 원온이 가능한 ‘드라이버블 파4 홀’이 유행할 때는 6번 홀을 드라이버블로 티잉 구역을 당기기도 했다. 16번 홀부터는 티잉 구역을 조정하는 등의 파이널 3홀의 스토리텔링을 통해 극적인 승부가 나는 코스로 변모시켰다.
토너먼트의 특징을 가진 곳 마스터스처럼 홀마다 특징적인 이름을 달고 있는 코스는 국내에 드물다. 비교적 쉬운 15번 홀은 ‘라스트 찬스(Last Chance)’이고, 자칫 실수하면 보기가 나오는 무자비한 17번 홀은 ‘노머시(No Mercy)’이며 마지막 파5 18번 홀은 ‘스타디움(Stadium)’이다. 우승자가 가려지는 그린이 마치 로마의 원형극장의 무대처럼 생긴 데서 나온 네이밍이다. 전 세계를 뒤덮고 있는 코로나19 전염병이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 타격이 엄청나다. 올해는 디오픈마저 취소되면서 우정힐스에 클라렛저그 트로피의 전시는 없을 것이지만 6월25일부터 예정된 한국오픈의 현장을 찾아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한국오픈 역사 기념관은 우정힐스가 한국 골프사에 기여한 올해의 가장 의미있는 성과다.
sports@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