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두산그룹이 신용등급 강등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두산중공업(BBB/하향검토)이 올해 중 최소 1조5000억원 이상의 차입금을 털어내야 한다는 신용평가사 진단이 나왔다. 두산그룹의 자구노력이 지속되고 있지만, 현재까진 신용도 측면에서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두산그룹의 신용도를 지난해 실적과 함께 종합 검토하면서 이같은 의견을 밝혔다.

두산중공업의 차입금 부담은 정부의 에너지믹스 변경 정책으로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증가했다. 신한울 3·4호기 등의 신규 원전 6기 도입이 백지화되고, 노후화된 원전이 단계적으로 폐쇄되면서 국내 수주에서 고전을 겪고 있다. 해외에서도 프로젝트 발주가 취소, 지연되는 등 친환경에너지 정책 기조로 수주 환경이 녹록지 않다. 2017년 말 17조3000억원이었던 수주잔고는 지난해 말 14조2000억원까지 감소했다. 그 결과 과거 10조원을 상회하던 매출은 2017년 이후 6조원에 못미치고 있으며, 1조원을 웃돌던 상각전영업이익(EBITDA)도 지난해 말 4800억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영업외 손익도 부담이다. 연 이자비용만 약 2000억원이 발생하고 있고, 이는 두산중공업이 창출하는 영업이익으로 감내하기 버거운 수준이다. 지난해 말 두산중공업의 차입 규모는 조정연결 기준 5조9000억원 수준. '총차입금/EBITDA' 배수가 12.2배에 달하는데, 이는 한국신용평가가 내건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 확대 요건(10.5배)을 이미 웃돈다. 오히려 수익성이 큰 폭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는 해당 지표가 18배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고, 구조조정 효과가 반영될 내년에도 10.5배를 초과할 것으로 한신평은 전망했다.

최근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자체적으로 상환재원을 마련하기도 힘들다. 다행히 지난달 27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두산중공업에 1조원의 한도여신을 제공하기로 결정했으나, 해당 자금조달이 두산중공업의 자체 재무대응력을 기반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유동성 위험이 재현될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한신평은 두산중공업이 강도 높은 재무구조 개선안을 내놓지 않으면 추가적인 신용등급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신평은 연내 최소 1조5000억원의 차입금이 감축돼야 내년 '총차입금/EBITDA'배수가 '안정적' 복귀 가능성이 있는 9배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유동성 측면 또한 1조원 이상의 대응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고 한신평은 평가했다.

정익수 선임애널리스트는 "최근 국책은행의 긴급 자금 대출로 우려했던 유동성 경색은 완화됐으나, 국책은행 차입금을 제외하고도, 2조원 이상의 차입금이 존재한다"며 "일부 롤오버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단기화된 차입구조와 경색된 자금시장에 대한 추가 대응이 여전히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