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10년자산증가율 10.2%
글로벌 증가율 6.3% 대비 월등
운용역 266명, 승인 수보다 부족
본부 전주 이전, 이탈 여파도 커
국민연금의 운용자산이 최근 전 세계 주요 연기금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지만, 막상 이를 운용할 전문가는 정원조차 채우지 못하고 있다. 자산배분이나 운용 규모가 비슷한 해외 연기금과 비교해 1인당 운용자산 규모 차이가 최대 7배에 달한다. 기획재정부가 승인한 운용역 정원조차 채우지 못하고 있다. 전북 전주시로의 이전 여파를 여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4일 글로벌 컨설팅업체 윌리스 타워스 왓슨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연기금 운용기관들의 전체 운용자산은 8210억달러(약 1045조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09년(2540억달러, 약 323조원) 이후 10년간 223% 증가한 규모로, 연평균 증가율은 12.4%에 달한다. 증가율이 두자릿수인 국가는 조사 대상 국가 22곳 중 우리나라 뿐이며, 22개국 평균 증가율(6.3%)과 보다도 두 배 이상 높다. 최근 10년 운용자산 증가율이 10.2%에 달하는 국민연금이 이같은 증가세를 이끄는 대표적 기관이다. 연기금 정책을 연구해온 한 학계 전문가는 “현재 우리나라 인구 구조상, 연금보험의 혜택을 받는 사람보다는 보험료를 내는 사람이 훨씬 많은 상황”이라며 “이 차이로 인해 국민연금은 최근 수년 30조~40조원의 보험료를 쌓고 있고, 운용수익까지 양호한 해에는 자산이 더 가파르게 증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급격한 자산 증가 속도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전문가 수는 정원조차 채우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의 운용역 수는 총 266명으로, 예산권을 가진 기획재정부로부터 승인받은 부서별 정원 297명과 비교해 30명 이상 부족하다. 물론 지난해 1분기 당시(3월 기준 237명)와 비교하면 30명 가까이 늘어났다. 그러나 지난해 기금운용본부는 무려 세 차례에 걸쳐 채용을 진행했고, 이를 통해 내건 채용 예정인원은 77명에 달했다. 운용역 채용 및 전문가 영입이 원활하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민연금과 성격이 비슷한 해외 공적연기금과 비교하면 운용역 부족 문제는 더 뚜렷이 드러난다. 캐나다공적연금의 투자운용조직 CPPIB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4204억달러(약 535조원)를 운용하고 있는데, 종사자가 1661명에 달한다. 그러나 지난해 말 기준 737조원을 굴리고 있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경우 운용직과 일반직을 포함한 전체 직원이 350명 수준이다. 직원 1인당 운용자산으로 비교하면, CPPIB(3150억원)보다 국민연금(2조1050억원)의 부담이 7배 가까이 높은 셈이다.
물론 해외 연기금별로 자산배분 및 운용전략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인원만으로 운용 부담을 비교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국민연금의 경우 자산운용 전략이 비교적 단순한 채권의 비중이 높고, 주식 또한 직접 운용하는 자산은 시장 평균 수익률을 추구하는 패시브 전략으로만 투자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점을 고려하더라도, 운용 전문가 인프라가 글로벌 평균에 크게 못 미치고 1인당 운용자산 부담 역시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은 업계 중론이다.
국내 기관투자자의 한 고위 임원은 “정원 수로 따져도 운용자산에 비해 부족한데, 그조차 채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 국민연금이 마주한 현실”이라며 “기금운용본부의 전주 이전으로 인한 운용역 이탈과 전문가 영입 난항 문제를 여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최준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