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통화유통속도 역대최저

돈 풀어도 필요한 곳 못미쳐

기대수익 저하로 투자 꺼려

우리나라의 통화유통속도가 지난해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 사람으로 치면 혈류 순환 기능이 가장 저하된 것인데, 그만큼 자금이 긴요한 곳곳으로 수혈되지 못하고 있단 뜻이다. 코로나19 위기로 정부와 중앙은행이 공격적인 재정·통화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유동성 확충 못지않게 경화 단계에 이른 ‘돈맥’을 뚫어주는 대응 병행이 시급하단 지적이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총통화(M2·평잔)로 나눠 구한 통화유통속도는 지난해 0.68로 통화량 집계를 시작한 200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통화유통속도는 2004년 0.98로 최고점을 찍은 뒤 지속 하락세를 보이다 작년 처음으로 0.6대까지 주저 앉았다. 통화유통속도란, 일정 기간 동안 한 단위의 통화가 거래에 사용되는 횟수로 자금의 순환 정도와 경제 활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쓰인다.

지난해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과 역대 최저 기준금리에도 이 속도가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단 것은 그만큼 돈이 풀려도 필요 주체들에게까지 도달되는 비율이 낮았단 뜻이다. 저성장·저물가로 생기를 잃어가는 우리 경제의 단면을 보여준단 분석이다. 2018년 기준으로 한국의 통화유통속도 하락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6개국 중 가장 컸다.

또 다른 ‘돈맥경화’ 지표인 예금회전율도 지난해 33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국내은행의 예금회전율(요구불예금 기준)은 18.7회로 18.4회를 기록한 1986년 이후 최저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5년 이후 두번째로 낮다.

한은도 우리나라가 신용순환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인정,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은은 지난 12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최근의 신용증가에도 실물경제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는 약화됐는데, 부동산 부문에 대한 신용의 지속적인 확대, 경제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기업의 예비적 자금 수요 증가 등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시중자금이 생산적인 부문으로 원활하게 유입되도록 유도하는 미시적 정책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