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변형식품의 본고장 미국에 가보니
인류 식량문제 유일한 해결책 독성 · 환경영향 등 75가지 연구…인체 무해한 ‘생명공학의 산물’
일부선 탐욕이 만든 ‘프랑켄푸드’…과거 佛연구팀 각종 암유발 발표 종자 특허권 기업독점 등 반발도…20년 논쟁…여전히 뜨거운 감자
[세인트루인스ㆍ디모인(미국)=김기훈 기자]정부가 근절하고자 하는 4대악 중 하나가 불량식품이다. 그만큼 먹을거리는 건강한 사회를 위해 중요하다. 사람들은 더 신선하고, 더 완벽한 웰빙 식품을 찾는다.
이같은 흐름에서 시민은 물론 네티즌 사이에서 그치지 않는 논란의 화두인 것이 바로 유전자변형식품(GMOㆍ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이다. 일부에선 ‘생명공학의 산물’이라고 하지만, 다른 쪽에선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낸, 결코 탄생해서는 안될 프랑켄푸드(프랑켄슈타인과 푸드의 합성어)’라고까지 한다. 이 사회를 달구는 뜨거운 논쟁 가운데 GMO가 위치한 것은 오래됐다.
GMO가 세상에 첫 선을 보인 지도 20년 가까이 흘렀지만 그래서 GMO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찬성론자에게 GMO는 인류 식량문제를 돌파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지만 반대론자에겐 생태계를 교란하고 인체에 유해한 ‘파멸의 씨앗’으로 여겨진다.
GMO 품종 개발과 보급의 모태는 미국이다. 미국 기업 중에서도 몬산토(Monsanto)와 듀폰 파이오니어(DuPont Pioneer)는 세계 GMO 종자 생산의 1, 2위를 차지하는 글로벌 농업 기업이다. 헤럴드경제는 이들 본사가 위치한 미국 세인트루인스와 디모인 등을 방문, 유해성을 둘러싼 논란과 오해를 취재했다.
GMO는 1996년 몬산토의 GM 대두(콩)가 재배되면서 본격 상업화했다. 그만큼 GMO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곳이 몬산토다. 업계를 선두하는 만큼 몬산토에 대한 반대 목소리 역시 높다. GMO 종자가 인체에 유해할 뿐 아니라 GMO 기업이 종자 특허권을 독점하고 농민들을 상대로 폭리를 취한다는 게 반대 진영의 논리다.
몬산토는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한다. 몬산토의 생명공학 분야 토마스 아담스 부사장은 “농업 분야에 연간 기술개발 투자액이 10억달러에 이른다”면서도 “지난해 순매출은 148억6000만달러로 포천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생각처럼 ‘공룡기업’은 아니다”고 했다. 이어 “몬산토 기술의 근간은 전통적 육종 방식”이라고 했다. 그는 “GMO의 유해성도 사실이 아니다”고 딱 잘라 말했다.
반대론자는 특히 ‘터미네이터 기술(terminator technology)의 위험성을 앞다퉈 지적한다. 이는 한번 재배한 식물의 2세대 씨앗을 다시 쓸 수 없도록 불임을 조작하는 기술로, 기업 입장에서는 로열티를 받고 종자를 계속 판매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자살 씨앗’이 인체에 불임과 각종 암을 유발한다는 우려다.
이에 대해 아담스 부사장은 “잘못된 오해 중 하나”라고 반박했다. 그는 다만 “몬산토가 해당 기술을 가진 델타파인랜드라는 회사를 인수한 것은 사실이지만 기술 개발은 전면 중단됐고 미국 내 다른 어떤 기업에서도 기술이 상용화된 적은 없다”고 했다.
GMO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는 꾸준하다. 2년 전 프랑스 파리대학의 셀라리니 교수팀이 발표한 연구가 대표 사례다. 실험용 쥐 2000마리를 대상으로 2년 동안 GMO옥수수와 콩을 먹인 결과 각종 종양이 생기고, 소화기 장애와 유방암이 발생했다는 것. 2세로 가면서 자폐증과 불임증이 보고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미국 IFIC의 밸 기딩 선임연구원은 “셀라리니 교수의 연구는 표본 수가 적고 종양에 취약한 쥐를 선택하는 등 한계를 노출했다”고 지적했다. 또 “GMO 반대론은 과학이 아니라 대부분 정치적 목적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현재 유럽은 강력한 반GMO 정책을 펼치고 있어 무역 간 이해관계에 따라 연구결과가 굴절되고 있다는 것이다.
듀폰 파이오니어의 케빈 딜 이사 역시 안전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GMO에 대해 독성과 알레르기, 실질적 동종성, 환경영향 등 75가지 이상의 연구를 하고 있다”며 “하나의 GM 작물을 시장에 내놓기까지 평균 1억3600만달러 이상이 투입되고 평균 13년 소요된다. 부작용이 나타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반GMO 진영 역시 GMO에 막대한 수익이 걸린 만큼 이들 기업의 연구는 신뢰할 수 없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미국 내에서조차 GMO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5월 미국 버몬트 주 하원은 GMO 식품에 식별 라벨을 부착하는 방안을 미국 내 최초로 통과시켰다. 또 현재 24개가 넘는 주에서 GMO 표시제가 논의되고 있다.
한국 소비자들의 우려도 만만치 않다. 소비자시민모임이 지난달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 86.4%는 GMO 원료 사용여부를 반드시 표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약 85%의 소비자들이 현행 GMO표시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현행 GMO 표시제도에서는 GMO를 원료로 사용했더라도 가공 과정을 거치면서 최종 식품에 GMO DNA 또는 단백질이 남아있지 않거나, 가장 많이 사용한 원료 5순위 안에 들지 않으면 표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식용유나 전분당과 같이 유전자변형 DNA나 단백질이 남아있지 않은 식품은 표시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으며, 이는 가공 과정 중 유전자변형 DNA나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아 과학적으로 검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편 소비자시민모임 관계자는 “GMO 안전성 여부는 아직도 명확하지 않다”며 “유해성 논란이 있는 만큼 소비자 알권리 차원에서 완전표시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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